내 것 아닌 내 것

손바닥 수필

내 것 아닌 내 것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없고, 나의 밖에서 나를 바라볼 뿐이다. 내가 사용하기보다는 남들이 더 많이 이를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그걸 사용하는 건 나 때문이라고 한다. 내 것이지만 나의 몸이 아니다. 남들의 입맛에 따라 쓰여진다. 어떨 때는 좋게 사용되지만, 나쁘게 사용되기가 더욱 쉽다. 내가 없을 때도 쓰이고, 내가 모르게 사용될 때도 많다. 

  내 것이지만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바람과도 같다. 바람은 본디 보이지 않지만 사물에 부딪쳐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나무에 부딪치면 나뭇잎이 흔들리고, 강물에 부딪히면 강물에 물결을 만든다. 바람은 본디 허공에 떠다니지만, 어디에 부딪힐 때 소리가 난다. 

  내 것이 사람들 속에서 떠돌다가 사람들에게 부딪칠 때, 소리가 난다. 어떤 때는 영광榮光의 소리가 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치욕恥辱의 소리를 낼 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 것도 아닌 걸 자기 거라고 하면서 몇 개씩이나 만든다. 글이나 좀 배운 사람들이 자기가 아닌 걸 자기 거라고 말하기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건 다 부질 없는 일 이 아닐까.  

  몸은 하나인데 따개비처럼 몸에 이것저것 붙으면 너절하고 거추장스럽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의 이름도 정작 나는 내 이름을 많이 부르지 않는다. 또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이름을 부르기보다, “여보!”, “자기야!”로 통한다. 친근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름을 부른다. 조직에서는 이름보다 직책을 부른다. 이름보다 다른 호칭을 쓰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왜 “형님!”, “언니!”가 그렇게 많은지, 연인들은 ‘오빠’로, 식당에서는 ‘이모’로도 통한다.  

  내 것이지만 내 것 아닌 내 것은 나의 모든 것일 수도 있다. 호랑이 가족보다 더 귀한 내 것을 어떻게 남길까? 바람이 사물에 부딪힐 때 나는 소리로 산들거리면 산들바람이라고 이름을 붙이듯이 먼 훗날 이름이 새롭게 불리어 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모진 바람이 되지 말고 따스한 바람이 되면 좋겠다. 그래야 명지바람 같이 될 것이 아닌가.  

                                                                            1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