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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Feb 08. 2019

무한경쟁, 유한계급과 극한 노동

《당선, 합격, 계급》

《당선, 합격, 계급》 (장강명, 민음사, 2018)

 이 책의 특징은 두 가지로 본다. 자료와 인터뷰이다. 

 첫째, 자료수집이다. 이 특징은 기자였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문학상, 출판사, 언론사, 서점, 웹소설 등에 대한 자료수집이 탄탄하다. 일반인이 이런 자료를 모을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2016년에 《한겨레21》에 르포기사를 기고를 했을 때가 있었다. 당시 자료 수집을 위해 국회도서관에서 몇 차례 방문했다. 원하는 자료를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인맥이 있다면 관련 업체에 전화로 알아볼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도서관에서 찾거나 관련업체를 방문해야 한다.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는 건 시간에 비해 자료를 얻는 양을 얼마가 되지 않았다. 기자였기에 여러 자료를 얻는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둘째, 인터뷰이다. 단원마다 인터뷰가 나온다. 어떨 때는 이름을 가리고, 어떤 때는 실명으로 한다.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건 현장감, 사실감을 준다. 신문에서는 인터뷰를 기사화하여 쓰고, 방송에선 인터뷰 내용을 현장감을 살려서 내보낸다. 인터뷰는 현장감과 사실감을 살려주었다.  

 

 장강명은 삼성직무능력검사CSAT(Global Samaung Aptitude Test)를 거쳐 삼성에 들어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퇴사를 한다, 이후에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하여 7년간 근무한다. 기자 생활을 하다가 소설을 쓰고 싶었다. 아내에게 퇴사를 하고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하니까, “그럼 일 년 동안 소설을 써보고 안 되면 다시 입사를 하라.”고 말했다. 일 년 동안 시간표를 짜서 열심히 소설을 썼다.  《표백》으로 16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았다. 소위 등단을 한 셈이다. 등단 후 7년이 지난 지금, 문학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자신은 ‘등단‘으로 소설가라는 계급을 얻었다. 그건 권력과 권위를 가지게 하는 데 말이다.  

 

 그가 문학상의 문제점을 말하는 건, 우리 문학계를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소설로 등단하는 문도 좁고 한정되어 있다. 문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등단할 수 있어야 한다. 문학상을 심사하는 사람들의 면면들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일 수 있다. 

 새로운 심사방식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최종 심사에 오른 소설 몇 편을 심사할 독자 심사단을 구성하거나, 일반인 독서토론 모임이나 인터넷에서의 반응을 심사에 참고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저는 세상에 ‘읽고 쓰는 공동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더 끈끈하게 묶여 있다고 생각해요. 고향 사람이라든가, 어느 대학 동문이라든가 하는 것보다 더, 그리고 읽고 쓰는 공동체의 일원이 많을수록 좋은 사회입니다. 이 공동체 구성원들은 좀 더 차분하고, 자신을 더 잘 성찰하는 사람들이니까요.”372


 이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든다. 당선, 합격, 계급은 특정한 사람에게 주어지지만 읽고 쓰는 공동체는 모두를 살릴 수 있다. 행복지수 세계 1위인 덴마크가 행복한 나라가 된 이유 중 하나가 독서이다. 덴마크 건국의 아버지 그룬투비의 리더십의 일곱 가지 비밀 중에 첫째가 신앙이고 둘째가 독서이다. 덴마크는 수많은 독서 모임이 있다. 자생적인 모임이다. 평생 동안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 

 

 우리나라처럼 언론고시가 있는 나라도 없다. 선진국은 지방언론이 활성화되어 있기에 경력이 쌓인 사람들은 경력직으로 채용한다. 

일류대를 가지 못한 사람들은 각종 자격증에 매달린다. 자격증이라도 있으면 입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심하고 물질을 추구하는 사회는 끈끈한 공동체가 되기가 쉽지 않다. 금전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읽고 쓰는 공동체는 생각을 나누고, 느낌을 나눈다. 그런 공동체가 많을수록 사회는 발전한다. 

 저자는 문학상의 결함을 말하고 있지만 영화, 법률 시장의 구조도 들춰내고 있다. 문학상의 문제는 한국 사회전반의 문제점을 압축적으로 말한다. 입시경쟁은 입사경쟁이 되고 있다, 이런 경쟁은 한국 사회의 계층 간 융화하지 못하게 만든다. 

 책을 읽고 난 후에, 한국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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