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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Feb 25. 2019

음식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사람이 살면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다. 의식주衣食住다. 옷과 밥과 집이다. 옷이 없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옷보다 중요한 게 밥이다. 원시인이었을 때는 옷은 없어도 먹을 게 없으면 살 수 없었을 게다. 굳이 밥이 아니라도 음식을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밤에 잘 때까지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다. 하루 세끼뿐이겠는가? 간식에 야식까지 먹는다. 거기에 술을 마시면, 술안주까지 먹게 된다. 70년이 넘도록 먹었으니 엄청 먹었을 게다. 배고픈 시절에는 남들보다 더 많이 먹으려고 했고, 살만해지니까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유명 맛집을 찾아다녔다. 맛집에 가서 먹으면 맛이 좋다. 맛을 좌우하는 건 입으로 느끼는 거지만, 분위기도 입맛에 영향을 미친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와 맛있다.”라고 말하면 그렇게 느낀다. 사실 입맛은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사람은 싱겁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짜다고 한다. 지방마다 음식의 특색이 있듯이 사람마다 입맛도 다르다.

  

  요리는 각각의 재료가 가진 특성을 잘 살리는 게 중요하다. 요리사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다. 음식의 주재료와 부재료가 서로 잘 어울려야 한다. 그러려면 재료들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지휘자는 연주자 한 명 한 명의 악기의 특성과 연주 실력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음색을 잘 알아야 한다. 요리사도 재료들의 물성을 알아야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음식 원부재료의 물성을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냄새도 중요하고, 재료를 직접 맛보기도 한다. 원재료의 맛과 온도를 가했을 때가 다르다. 온도는 몇 도이고,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야 사람들이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명상과 관련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명상은 시간을 따로 내서 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도 할 수 있다. 음식을 먹을 때에 음식의 맛을 느껴보는 것으로도 명상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음식을 먹을 때에 한꺼번에 여러 음식을 먹기보다 한 가지 음식을 입에 넣고 다 씹을 때까지 음식을 음미해 보라고 말한다. 밥을 입에 넣고 씹는다. 밥의 식감을 느낀다. 그전에는 느끼지 못한 경험이다. 밥을 입에 넣을 때는 퍽퍽했다. 천천히 씹으면 씹을수록 부드러워진다. 나중에는 입안에 식혜를 한 모금 머금은 듯하다. 밥을 몇 번 씹었는지 세워보지는 않았지만 서른 번은 씹은 것 같다.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밥을 삼키고 나서 젓가락을 집는다. 반찬을 집는다. 김치다. 예전에는 밥을 씹으면서 김치도 같이 넣고 씹었다. 이제는 밥 따로 김치 따로 먹는다. 밥과 같이 먹었을 때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김치를 씹으니까 김치의 맛이 오로지 느껴진다. 김치에서 배추의 섬유질을 느낀다. 배추가 아삭하게 씹힌다. 양념이 배추와 어우러져 나를 삼킨다.  

  소화를 촉진하는 게 효소이다. 몇 년 전에 텔레비전 건강프로에서 효소가 몸에 좋다는 말을 했다. 아내가 그 말을 듣고 홈쇼핑에서 효소를 사서 먹었다. 효소는 음식을 소화하는데 필수불가결한 물질이다. 효소가 부족한 사람들은 인공효소를 사서 복용한다. 그런데 효소 중에서 가장 좋은 효소는 천연효소다. 천연효소 중에서 자기 자신의 ‘침’이 가장 좋다. 

  음식을 오래 씹으면 ‘침’이 많이 나온다. 밥 따로 반찬 따로 씹으니까 침 분비가 잘 된다. 몇 십만 원하는 효소가 많이 나온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내 몸에 딱 맞는 천연효소다. 밥 따로 반찬 따로 식사를 하니 소화가 잘 된다. 소화가 잘 되니 속이 편하다.  

   

  ‘와인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있다. 와인의 향, 맛을 평가하는 직업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직업을 위협한다고 말한다. 음식 소믈리에 같은 직업은 다른 직업에 비해 안전할 것 같다. 음식 고유의 맛을 잘 찾는 일은 음식의 마음을 찾는 일일 수도 있다. 

  감정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으려면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읽으라고 말한다. 자신의 감정을 읽으려면, 명상을 하라고 말한다. 하루 세 번 식사를 통한 명상은 어떨까?  

  “음식의 느낌을 읽고 있나?”

  “커피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나?”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니 식사시간이 오래 걸린다. 음식을 먹을 때에 말을 걸고 있다. 

  “천천히 꼭꼭 씹어! 오래오래, 맛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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