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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자서전 Feb 18. 2019

엉덩이로 글을 쓴다

일주일에 수필 한 편

   백종원씨는 음식을 잘 만든다. 음식을 잘 만들어 유명해졌다. 텔레비전에도 많이 나온다. 전국의 유명한 맛집은 물론이고 중국, 홍콩, 일본 등 외국의 유명한 식당에 가서도 맛집을 소개한다.  

  경치가 좋은 바닷가에도 해산물 식당들이 많다.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이란 말이 있듯이 좋은 경치도 배가 불러야 볼 수 있나 보다. 우리가 얼마나 못 먹었으면 인사말이 “아침 드셨어요?” 인가. 그동안 못 먹은 걸 이제는 마음껏 먹고 싶은 잠재된 욕구가 발동한 것 같다. 아침밥을 못 먹으면 점심 때 더 많이 먹게 되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있을 때는 입이 심심할 때가 많다. 쉬는 날 집에 있으면 먹을 게 없나 뒤진다. 아침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무얼 먹고 싶다. 탁자 위에 아몬드, 호두, 해바라기씨, 브라질넛트를 집어먹는다. 견과류는 한 주먹밖에 안 되어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 견과류는 어느 정도 먹으라는 수량이 있다. 아몬드는 다섯 개, 브라질넛트는 한 개, 호두도 한 개를 먹는다. 냉장고를 열어 사과도 꺼내 먹고, 치즈도 꺼내 먹는다. 싱크대에 바나나칩도 보인다. 한 줌을 쥐어 입에 넣는다. 일을 할 때면 먹을 생각이 나지 않는데 집에 있으면 먹고 싶은 게 많아진다. 

  배가 고픈 게 아닌데도 먹을 걸 자꾸 먹다보니 나중에 소화제를 찾게 된다. 배가 고파서 먹은 게 아니라 먹고 싶어서 먹은 거다. 육체적 허기와 심리적 허기가 있다. 육체적으로 배가 고플 때는 맛이 없는 것도 먹어야 생존에 필요한 영양소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위장에 음식물이 있는 데도 먹고 싶은 건 심리적 허기라고 한다. 심리적 허기와 육체적 허기를 어떻게 구분할까? 브로콜리 테스트broccoli test가 있다. 배가 고플 때에 브로콜리를 먹으라고 한다. 그래서 브로콜리라도 먹는다면 육체적 허기에 속한다. 하지만 브로콜리는 안 먹겠다고 하면 심리적 허기이다. 브로콜리는 비타민C가 오렌지보다 더 많다. 몸에는 좋지만 맛이 없기 때문이다. 배가 고파서 어쩔 수 없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허기를 느낀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집중이 안 될 때에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집중을 해서 무언가를 할 때는 먹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집중이 왜 안 될까를 생각해 본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의지력에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하려면 의지력이 있어야 한다.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쓸 때에 집중을 방해하는 게 많다. 그런 걸 뿌리칠 수 있는 의지력이 있어야 글을 쓸 수가 있다. 의지력을 키우는 데는 인내忍耐가 필요하다. 힘들어도 참고 참아야 한다. 의지력은 인내심忍耐心에서 나온다. 글을 펜으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쓴다는 말이 있다. 

  이런 상상을 한다. 의자에 앉은 엉덩이에 근육이 생긴다. 군것질로 입을 놀릴 게 아니라, 책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입을 움직이자. 무엇을 쓸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쓰자. 쓰다보면 집중이 되고 좋은 글도 나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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