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결혼했습니다 3
그런 일들이 몇 번 반복된 후 둘은 학원 근처 거리에서 만났다. 우연히 만난 것은 아니었다. 이별의 의식을 갖고 싶었던 해민이 만든 만남이었다. 해민이 약속한 장소에 먼저 와 서 있었다. 유진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을 때부터 해민의 앞에 설 때까지 해민은 유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유진도 해민을 바라보며 걸어왔다.
유진은 언제나 왼쪽으로 약간 고개를 기울인 채 걸었다. 얼굴은 여전히 의문으로 가득했다. 해민과 유진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나란히 걸었다. 6차선 도로에 면한 인도였다. 차들이 시끄럽게 달렸고, 저녁의 불빛들이 찬란했다. 둘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육교 쪽으로 향했고, 둘은 육교의 한가운데에 서서 달리는 차들을 내려다보며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 이야기들은 둘에게서 금세 잊혀졌다. 먼저 발길을 돌린 것은 해민이었다. 유진은 더 이상 해민을 따라오지 않았다. 그것으로 둘의 첫 번째 연애는 끝이 났다.
둘은 학원이 아니더라도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있었다. 해민은 언제나 유진을 먼저 알아보고 먼저 자리를 피했다. 한 번은 유진이 걸음을 돌리는 해민을 알아차렸다. 유진은 화난 얼굴로 해민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해민은 더 빠르게 걸음을 재촉했다. 유진은 뛰어와 달아나는 해민의 손목을 쥐었다. 유진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해민은 유진에게 붙잡힌 손목을 빼려고 힘을 줬다.
“잠깐이면 되니까 내 말 들어라.”
“.......”
“너 왜 나 피하냐?”
“......”
“나 이제 너 안 좋아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나 볼 때마다 도망 안 쳐도 된다.”
유진은 손목을 놓고도 한참을 해민을 죽일 듯이 쳐다봤다. 해민은 유진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유진이 먼저 시선을 거두고 등을 돌려 해민에게서 멀어졌다. 해민은 유진의 뒷모습을 내내 지켜보았다. 유진이 쥐었던 손목이 아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