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요

by 온시

큰일이다. 밖에 나가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호아가 보고 싶어진다. 다행히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는 호아 생각이 휙 하고 지나가지만 사람들을 만난다든지 하는 사적인 스케줄 속에 있을 때면 호아가 보고 싶다. 그래서 호아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된다.

나는 힘주어 고백할 수 있다. 나는 호아에 대해 아주아주 왜곡이 심하고 너무너무 견고한 콩깍지가 씌워져 있다. 그래서 호아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거의 황홀한 마음에 사로잡혀 꿈결처럼 이야기하게 된다.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다.

그런데 솔직히 호아는 정말 매력적인 아이다. 얼마 전 호아와의 전화 통화 내용. 나는 그때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다.

“엄마, 내 흉봤어?”

“아니. 아직 안 봤어.”

“아빠 흉은 봤어?”

“아빠 흉도 아직 안 봤어.”

“내 흉봐 엄마.”

“호아 흉 없는데?”

“왜 없어. 나 옷걸이에 옷 안 걸고, 방은 쓰레기장이라고 흉봐~”

“아! 그건 아빠 흉으로 봤다. 호아한테 괜히 잔소리한다고.”

아닌 게 아니라 호아의 방은 무척 더럽다. 옷들은 쌓이고 쌓여 탑을 이루고 있고, 바닥을 안 보고 무심히 걷는다면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물건에 발이 치인다. 책상 위는 바닥의 색깔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물건들이 쌓여 있다. 그런데 그게 무슨 흉이란 말인가! 나는 그것을 보고 화를 내고 잔소리하는 남편에게 화가 난다. 치워주지도 않을 거고, 지금 당장 함께 치우지도 않을 건데 어째서 방 상태에 대해 말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쁜 말, 고약한 말에는 선한 목적과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남편의 그런 잔소리는 호아의 방을 깨끗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용하고, 호아를 기분 나쁘게 했다는 점에서 유해하다.

나는 이런 말들을 겨우 참았다가 나와 남편이 둘만 남았을 때 작은 목소리로 전달한다. 예전엔 더 참지 못하고 호아 앞에서 이야기해 버릴 때가 많았는데 내 나쁜 감정이 호아에게 고스란히 전이된다는 것을 깨닫고 반성했다.

가끔은 나를 호아와 너무 동일시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얼마 전에 호아는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다. 1년 전쯤 아주 좋은 기회로 내가 레슨 받았던 선생님이신데 그때도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호아도 이 선생님께 레슨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다 이번에 호아도 기회가 생긴 거다. 호아가 이 선생님께 레슨을 받는다면 호아의 연주에서 감성 부분이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들었다. 바라건대 나는 호아가 음악의 아름다움으로 치유받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음악을 듣고 보는 것에도 있겠지만 스스로 연주자가 되었을 때 무척 크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신기하게도 거의 언제나 호아는 나와 생각이 비슷하게 흐른다. 호아에게 이 레슨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며칠을 레슨 받을 곡을 고르느라 고민하고 설렜다. 호아가(또는 우리가) 함께 고른 곡은 볼콤의 ‘우아한 유령’.

첫 번째 레슨을 마치고 나온 호아의 얼굴이 만족감으로 부드러워진 것을 보니 내 마음도 너무 좋았다. 집에서 오른손 왼손 따로 연주하며 더듬더듬 곡을 완성시키는 호아의 곁에서 책을 읽고, 누워 휴식을 취하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 정말 왜 이러지? 이럴 일인가?

하지만 나는 나의 증상을 고칠 이유도 고칠 방법도 알지 못한다. 언제나 나는 호아에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제안하고, 거절당하거나 수락당하고, 함께 하거나 함께 하지 못하면서 시간을 쌓아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