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둘,스물셋

by 온시

유진은 서울로 진학했고, 곧 군대에 갔다.


해민의 삶도 학업, 연애, 방황 등 인생 과업들을 해치우느라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러나 어느 밤,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 왁자한 밤을 보내고 온 밤들에 해민은 유진을 생각했다. 모든 스위치가 꺼진 듯 세상이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고 어두울 때였다.

해민은 유진의 핸드폰 번호를 한 번도 저장해두지 않았지만, 잊어 버린 적이 없었다. 어릴 적 유진의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그 번호는 마치 해민에게 119처럼 각인되었다.


모로 누운 해민은 핸드폰을 열었다. 유진의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고 메시지를 입력했다.


“자?”


유진에게서는 답장이 없었다. 당연하게도. 해민은 유진과 주고 받았던 예전의 메시지를 조금 보다가 잠이 들었다.




유진에게서 답장이 온 것은 주말이었다. 해민은 유진의 번호로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을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유진은 입대했고, 핸드폰을 해지하지 않았으며, 지금처럼 주말에 가끔 확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해민은 유진이 제공한 몇 가지 단서를 가지고 유진의 선택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유진의 여자 친구는 서울이 아닌 이 도시에 있었고, 유진은 입대했지만 여자친구와의 관계에 최선을 다 하고 싶었기에 이 도시 근처 부대로 입대하는 선택을 했고, 자신의 계획대로 관계를 가꾸어 가고 있겠다는 것. 유진은 그런 사람이었다.


해민은 더 이상 유진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유진을 배려한 행위는 아니었다. 해민은 그저 유진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감각만으로도 충분했다.


유진도 해민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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