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민이 평생 마신 술의 절반 이상은 유진이랑 마신 거였다. 그리고 다시 그 절반이 이 시절에 마신 술이었다. 둘이 만나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둘은 언제나 술을 마셨다. 1차는 바지락탕에 소주를 마셨다. 이미 진탕 마셨지만, 집에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2차로 편의방에 가서 맥주를 더 마셨다.
유진은 해민과 술을 마시다 가끔 잠이 들었다. 눈이 느리게 깜빡거리다가 완전히 감기기도 했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면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댄 채 잠들어 있었다. 해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좋아하는 여자랑 술을 마시다 잠이 들 수 있나?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해민은 유진이 술을 마시다 어느 순간 잠이 드는 것이 그의 유일한 술버릇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머리를 맞대고 술을 마시다가 유진이 말했다.
“여기 대학 있잖아. 법대 옥상 올라가 봤어?”
“아니.”
“거기 올라가면 시내가 한눈에 다 보여.”
“들어갈 수 있어?”
“경비 아저씨만 잘 피하면?”
둘은 옥상에 올라가기에 성공했다. 마침 건물 안에 학생들이 몇몇 있었고, 둘은 얼렁뚱땅 그들에 섞여 옥상에 올라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분주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을 만큼 사위가 조용했다. 유진은 먼저 난간에 가볍게 올라섰고 해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해민은 유진의 손을 잡고 난간에 올라섰다. 닿았던 둘의 손이 떨어지고 해민의 손에 유진의 온기가 남아있었다. 해민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우리 처음으로 손 잡는 거네.”
유진이 해민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봤다.
“왜? 왜 그렇게 봐?”
“우리 손 잡아봤어.”
“에? 언제?”
“우리 중학교 때, 헤어질 때, 육교에서. 너가 잘 지내라면서 악수하자고 했잖아.”
“내가?”
“그래, 네가.”
해민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웃음이 터졌다. 뭐가 웃기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웃고 싶었다. 크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크게. 해민은 배를 접고 웃었다. 유진은 해민의 옆에 서서 해민이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