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우리가 본 것들에 대하여
며칠 있으면 쌍둥이자리 근처에서 유성우가 떨어진다고 호아가 말했다. 정보 탐색은 남편 전공이다. 남편은 나와 호아의 막연하고 모호한 욕구들을 구체화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욕구는 없지만 타인의 욕구 실현엔 진심인 남자다. 남편은 진지한 검색을 통해 유성우를 잘 볼 수 있는 스팟과 시간대를 알아내 우리 두 사람에게 브리핑했다.
적재의 노래 “별 보러 가자”를 들으며 도대체 이 남자는 어디로 별 보러 가자는 걸까 내심 궁금했다. 바야흐로 별 보기 힘든 시절이다. 어렸을 때는 하늘에 점점이 박힌 별들을 올려다 보는 일이 흔했는데 요샌 하늘의 별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반짝여서 별인가 했는데 깜빡깜빡 움직이는 비행기일 때가 전부였다. 지난여름에 그렇지 않아도 별 보고 싶다는 나의 욕구에 또, 욕구 실현에 진심인 그 남자가 열심히 검색해서 한밤중에 나를 어딘가로 데려갔는데 때마침 그날은 잔뜩 흐려 귀한 별을 두 개인가 세 개인가 보고 온 것이 전부였다. 호아 덕분에 이번에야말로 진짜 별잔치를 구경하게 되려나.
그러나 날씨가 좋지 않았다. 남편은 하루 종일 수백 번은 날씨를 검색했다. 원래도 날씨를 검색하고 그에 맞는 대비를 하는 것이 그의 중요한 일과인데 이날은 오죽할까. 비가 오락가락하며 시시각각 변하던 날씨는 마침 유성우 이벤트가 시작되는 자정 무렵이 되면 비가 멈출 거라고 예보하고 있었다. 호아는 유성우를 위하여 오후 7시부터 잠을 자두었다. 11시가 넘어 호아를 깨웠다. 잔뜩 기대하고 잠에서 깬 호아에게 유성우가 안 보일 가능성이 99퍼센트라고 말해 두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밤에 차를 타고 달렸다. 별을 보기 위해 더 깜깜한 곳으로 찾아가는 드라이브는 자체로 아름다웠다. 별은 아니더라도 저 멀리서 명멸하는 인공의 빛들이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평소엔 뒷자리에 처박히듯 앉아 자기만의 세계에 빠지는 게 전부이던 호아가 함께 노래를 듣자고 제안했다. 알렉 벤자민의 노래들이었다. 소년의 목소리로 읊조리듯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제이슨 므라즈가 떠올랐다. 호아에게 Mr.curiosity를 추천했다.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남편을 대신해 내가 말했다.
“아빠가 되게 좋아했던 가수야.”
“아빠가 음악을 들었다고?”
“그랬지. 15년 전쯤엔.”
“지금은 전혀 듣지 않잖아.”
호아가 신기하다는 듯 되물었다. 남편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마치 자기 이야기가 아니라는 듯.
나는 어떤 날이 떠올랐다. 퇴근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의 차에 올라탔을 때, 나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그의 어리고 상기된 얼굴과, 또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야. 들어 봐.” 하며 오디오 버튼을 누르던 그의 가지런한 손가락.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까지. 이 회상은 나만 간직하기로 한다. 너무 소중해서 남편에게도 호아에게도 나누고 싶지 않다.
유성우는 결국 보지 못했다. 대신 아주 오랜만에 아주 많은 별을 봤다. 남편은 쌍둥이자리가 있다는 남서쪽이 어느 방향인지 찾느라 바빴고, 나와 호아는 정성을 다해 한 개 한 개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별을 세었다. 모두 열일곱 개의 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