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요즘은 토요일마다 비가 내린다. 밖에 나가 일일퀘스트를 하고 돌아온 춘은 가만히 비가 내리는 걸 구경했다. 나무가 흔들리는 것을 보니 바람이 세다. 비가 오는 날엔 클래식 기타의 소리가 더 마음을 울린다. 춘은 새로 들여온 클래식 기타를 집어 들고 '미녀와 야수'의 주제곡을 연주해 보았다. 연주할 때면 언제나 미녀와 야수의 춤추는 장면이 떠오르는 아름다운 곡이다. 하워드 애쉬먼이 작사하고 앨런 멩컨이 작곡하였다. 1991년 작품인데 작사가인 하워드가 개봉 바로 전에 죽어서 수상을 못했다.
[돌발 퀘스트 - 미녀와 야수의 곡을 번안하시오. 보상 - 영어 이해력 10 상승. 뻔뻔함 1 상승.]
설마 뻔뻔함도 보상인가? 춘은 영어를 잘 못한다. 특히 듣기와 말하기를 못해서 대학생일 때 미녀와 야수 애니매이션으로 반복 듣기를 하며 공부했다. 그런 실력에 번안이라니. 당시 우리나라에서 한국어로 번역한 노래는 내용을 아예 바꾸어 발표한 것이었다. 작사가의 마음을 춘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냥 원곡으로 노래를 듣는 게 백번 낫다. 그래도 퀘스트에 성실한 춘은 도전을 해보았다. 참고로 미녀와 야수는 프랑스 동화라서 영화 처음에 봉쥬르라고 인사하며 시작한다. 봉쥬르!
미녀와 야수
오래 흐른 시간만큼
진짜 같은 이야기
친하지도 않았는데
기대한 적 없었는데
누가 먼저 닿았을까
아주 아주 작은 변화
말하기엔 너무 작아
다가가기 두려웠고
준비조차 할 수 없던
미녀와 야수
늘 같던 세상인데
놀라웁게 보이고
시시하던 모든 일이
또렷하게 새겨지네.
태양이 떠오른 듯
오래 흐른 시간만큼
오래 흐른 곡의 선율
쓰고 달고 이상하겠지만
이렇게 변할 수도 있다는 걸
알던 것이 틀렸단 걸
배울 수도 있다는 말
동쪽에서 해가 뜨듯
분명하게 새겨지는
오래 흐른 시간만큼
오래 흐른 곡의 선율
미녀와 야수
오래 흐른 시간만큼
오래 흐른 곡의 선율
미녀와 야수
[퀘스트 완료 - 미흡하게 번안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상이 변경됩니다. 보상 계산 중... 보상 - 영어 이해력 5 상승. 뻔뻔함 3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