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렇게 큰 잘못을 한 걸까요.
큰 아이 돌잔치가 다가오는 시점이었다.
시모의 여동생은 갑자기 시력이 저하되어 장애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렇다고 무시를 하거나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고 오히려 내가 불편하게 할까 봐 조심스러웠다.
딱 한 번 뵀었고, 돌잔치 전에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이모는 "어~ 곧 있으면 돌잔치네~?"라고 했었다.
돌잔치는 조금 남았지만 직전에 전화드리겠다며 안부를 주고받고 끊었었다.
하지만 나는 돌잔치 준비를 혼자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직전에 전화드리겠다던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돌잔치 당일 날, 나는 남편에게 아차 싶어 말했다.
"아, 시이모님께 전화드린다고 했는데 깜빡했어. 어떡해? 서운하시겠다. 오늘 오실까?"
"저번에 전화했을 때 돌잔치 날짜 정확하게 알고 계셨잖아. 그리고 어제 어머니랑 통화도 했대."
"그래? 다행이다. 그럼 어머님이랑 같이 오시려나?"
"다른데 사시니까 따로 오시겠지."
1분도 채 되지 않은 대화를 끝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아이를 보고 사진 찍고 행사하고 손님들 맞이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돌잔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남편 핸드폰으로 전화벨이 울렸다.
시이모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고함 소리가 들렸다. 화가 잔뜩 나 있었고, 이유는 전화를 해서 돌잔치에 부르지 않았다는 거였다.
남편은 당황했고 나도 당황했다. 그렇다고 아무리 화가 났다 한들, 저리 큰 소리를 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시이모는 시모와도 싸웠다고 한다. 돌잔치 전 날 통화를 한건 맞지만 돌잔치에 오라고 얘기하지 못했고, 시이모는 언니가 돌잔치에 오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하지만 전화를 한다던 조카며느리도, 친언니도 어느 누구 하나 돌잔치에 오라고 말하는 이가 없었으니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시모가 돌잔치에 오라고 말하지 못한 이유는 본인은 자식들과 손주들이 있어서 두세 번 행사를 했지만, 동생은 딸이 결혼을 하지 않아서 매번 행사에 부르기 미안해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모는 자신이 동생이 화를 내길래 연락하지 말라고 화를 냈다며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지켰다.
그냥 좀. 다들 조금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느꼈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남편의 외삼촌의 생신날이 되었고, 외삼촌은 형제 가족들을 다 불러서 식당에서 밥을 먹자고 초대하셨다.
당연히 시이모도 올 것이고 우리도 갈 것이었다.
시모는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갑자기 남편과 시아버지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화를내고 있었다.
응? 도대체 무슨 일이야?
시모가 나에게 왔다.
"네가 잘못했다고 해."
"네? 뭘요?"
"네가 전화한다고 했는데 전화 안 했다며. 이따가 이모도 올 테니 오시면 가서 사과해. 네가."
"....?"
놀란 눈으로 나는 시모를 빤히 쳐다보았다. 물론 약속을 해 놓고 지키지 않은 나의 잘못은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고작 이런 일로 왜 싸움이 났으며 왜 사과를 해야 하고, 왜 전날 통화한 자매는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해 싸움을 벌여서 서로 연락도 안 하며, 그 일을 며느리,조카 며느리에게 화살을 돌려 질타를 해대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머. 얘 싫은가 봐? 대답이 없어?"
"하하...."
남편은 화를 냈지만 적극적으로 말리진 않았다. 마치 '화는 나지만 당신이 그렇게만 한다면 좀 평화로워질 것 같아.'라는 표정이었다.
그래. 내가 사과를 할 수 있지. 아니, 하지 뭐.
근데 이 상황. 도대체 뭐지? 조금 불쾌해.
이해도 하기 싫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 사람들.
그렇게 나의 분노는 점점 쌓이고 있었다.
식당에 들어섰다. 시이모는 조금 나중에 들어왔다. 자리가 떨어져 있었다. 시누와 남편은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나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우리 시모가 누구인가. 나를 찾는다.
"빨리 와. 저기 계시거든? 얼른 가!"
내 팔을 당기며 등을 밀었다. 나는 깃털처럼 털썩 시이모 옆 자리에 앉혀졌다. 자리가 좁아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시이모가 다정한 목소리로 "누구신가~?"라고 했고, 나는 "저예요, 이모님"이라고 했다.
순간 표정이 굳어지며 고개를 돌리는 시이모.
시모를 쳐다봤지만 시모는 얼른 말하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입술을 잘근 물고 결심하듯 말했다.
"죄송해요. 제가 전화드린다 했는데 속상하셨죠?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
주변에 있던 어른들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느라 조용해졌고 다들 당황했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끝까지. 시이모는 나에게 그 어떠한 대꾸도 제스처도 하지 않았으며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하하 호호 웃었다.
그 옆에 나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처량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내가 왜 이런 대우를. 정말 내가 그렇게 큰 죄를 지은 걸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갈 때, 시모가 나를 일으켜 세우며
"그만하면 됐어. 가서 밥 먹어. 네 덕에 내가 할 말이 좀 생겼다."라며 등을 밀어 자리로 돌아가라고 했다.
목이 메었다. 눈물을 참았다. 남편이 고기를 얹어 줘도 먹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 아니, 가족이라 생각했던 그 어느 누구도 나에게 그 흔한 격려도 해 주지 않았다. 위로도 해 주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는 혼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