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고요한 명절

긴장된 평화

by 활발한골방지기


그날 이후로 나는 시댁과 완전히 단절되었다. 눈치가 없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관자'역할을 했었던 남편은 온몸과 마음을 바쳐 '시댁 방어막'이 되어 있었다.


친정 식구들은 자세한 내막을 잘 모른다. 두루뭉술하게 얘기를 전했을 뿐이고 내가 글 10개 정도에 담아도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일'은 많았다.

대부분의 일은 사소한 생활, 행동에서 일어난 것이고 시모는 자신의 행동을 당당하게 할 때도 있었지만 80%는 들리게 얘기하면서, 직접적으로 하지 않아 상대가 듣고 화를 내면 '내가 뭘 어쨌는데? 너 되게 이상하다?'를 시전 한다.

자신이 항상 우위에 있어야만 하는 사람이고, 상대를 아끼고 위한다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면서 뒤에서는 발을 걸고 넘어뜨리는 사람이었다.

늘 단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장점보다는 단점이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에 나는 시모를 떠올릴 때면 늘 몸서리쳤다.


시모는 아직까지 나에게 '상처'이자, '악몽'이다.





시간이 흘러서 설날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며칠 전부터 전화를 돌리고 하루 전 날 가서 명절 준비를 도우며 온갖 알랑방구를 떨었을 테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친정에 설날 당일 아침에 간다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그런 이상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침 햇살은 맑았고, 기분은 상쾌했으며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때마침 이사할 계획 중이었는데, 이 또한 마음 편안하게 진행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 한 구석에는 '찝찝함'이 남아 있었다. 남편이었다.

남편도 명절에 가족들이 보고 싶을 테고, 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을 텐데 이제는 나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다시 예전처럼 나와 아이들을 동반하여 자신의 친척들을 만나 함께 밥 한 끼 먹는 것조차 못하게 되었다. (다시 연락을 하게 되더라도 나는 제외시켜야 하므로 못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남편에게 고민하다가 말했다.

"당신도 알다시피 지금에야 서로 감정이 틀어져서 연락을 안 한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는 연락을 할 거야. 그렇지?"

"그렇지. 정말로 평생 안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장담은 못하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때 되면, 내 눈치 보지 말고 애들 데리고 다녀와. 아니면 명절만이라도."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할게. 당신은 이제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정말로 연락하게 되면 그때 돼서 얘기할게."

"그래."


남편도 내가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안다. 때문에 자신이 더 덤덤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 흔한 에피소드도 시댁에 관한 것을 얘기하지 않았고, 혹여나 얘기할 때면 '얘기 꺼내서 미안해'라며 나에게 사과를 했다.


남편은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내가 '시댁'에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썼다.


이제는 명절에 친척들이 먹다 남은 반찬으로 밥 먹으라는 사람도, 선물을 주면 좋아하다가도 이딴 걸 주냐며 욕하는 사람도, 남편 설거지 시킨다며 눈치 주는 사람도, 몸이 아프니 같이 살자는 사람도, 자신이 아무리 전셋값도 못 주고 자신의 아들이 월급이 적어서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살더라도 자신에게 용돈도 안주는 나쁜 며느리로 만드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나의 '시집살이'는 끝이 났다. 혼인신고하고 2년이 되던 해였다.





시댁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지 4년 차가 되어 간다. 남편과 나는 어느새 6년이란 결혼생활을 유지 중이다. 때론 싸우기도 하고 때론 서로 달래기도 하며 함께 웃고 울기를 하고 있다.


이제 명절은 '여행 다니며 쉬는 날'이 되었고, 다 같이 밥을 먹고 동네로 산책을 다니던지 여행 계획을 짜서 1박 또는 2박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편은 밝아진 내 얼굴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나는 정말로 괜찮아졌다.

이제는 시댁과 남편의 관계에 있어서 나는 제3자가 되었다.


현재 워킹맘으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중이다.

글 쓰는 것이 좋아서 계속해서 글을 쓸 것이고 짧게나마 전달 가능한 글도 쓸 예정이다. 마음을 담아 쓰는 글은 항상 치유가 된다.

내가 치유가 되면 내 글을 읽는 이들도 공감과 치유가 되리라 생각한다. 스스로를 위해서도 있지만 우리는 같은 아픔과 슬픔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치유하는데 도움을 주면 서로에게 좋은 효과가 나리라 생각이 든다. 결국 주체는 '나'지만 글로 만난 우리는 우리끼리 치유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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