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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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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발한골방지기 Mar 30. 2023

그때의 기억 그리고

#9

 나는 아직도 '모유수유'라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저릿하니 아프고 

분만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배의 통증과 허리의 통증이 가득하다. 


그래도 한 해가 지나갈수록 더뎌지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 그때의 고통이 잊히지가 않는다.


게다가 첫째 때 맞았던 무통주사의 후유증으로 

주사가 들어간 척추 그 부위의 통증은 약 2년간 지속이 되었고, 

그 이후로 약 1년간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리면 그 부위가 뻐근해지는걸 느꼈다. 


왜 할머니들이 무릎이 쑤시면 '비가 오려나'하는지 알겠듯이, 

출산 직후 내 몸이 평상시보다 무겁고 뼈마디가 욱신거리면 꼭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려졌다.


마지막 출산을 기점으로 5년차인 지금도 나는 날이 흐리면 손가락이 욱신거리며

팔목의 염증이 간헐적으로 재발해 휴대폰도 들지 못한다.


머리가 너무 빠져서 한동안은 모자를 쓴 채로 외출을 해야 했고


두 번 튼 살의 흔적은 늘어난 고무풍선처럼 축 늘어진 형상을 띄었다.


모유수유한 가슴은 볼품 없어짐과 굽은 어깨는 덤이었다.


나는 출산으로 인해 예쁘다 자신했던 몸도, 20대도 한편의 추억으로 치부해야만 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는 혼자 밖을 자유롭게 다닐 수도 없었고,

아이가 졸리면 편히 자라고 모든 생활 소음에 예민하게 대했고,

아이가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아이가 심심해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외출을 하곤 했다.


그렇게 아이가 평안할 수 있도록 내 시간을 헌신했다.


어쩌다 혼자만의 시간으로 외출을 한 적이 있는데 

허전하고 유모차를 끌던 내 몸은 스스로 걷는 것을 잊은 듯이

휘청휘청거렸던 적이 있었다.

게다가 GPS가 고장난 네비게이션마냥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머리가 계속해서 로딩중이었다.


결혼 전 취미였던 영화, 혼자만의 여행은 

이제는 또 하나의 '꿈'이 되었고


비행기를 타더라도 아이들이 어려서

장거리 여행이 망설여지니


살면서 하지 않아도 됐었던 걱정들을 해야만 했다.


어떤 지인이 나에게 물었다.

"아이 낳으니 어떤 생각이 들어?"


"응. 그냥...내 인생을 다 버리더라도 

후회 없는 사람만이 정말로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


"후회한다는 거야?"


"아이들을 후회하진 않는데, 

뭐랄까 과거가 그리울 때 급격히 밀려오는 우울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결혼 안 한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여행 다니고 즐기면서 사는 그 모습이 부러울 때도 있고."


"아이 낳고서도 하면 되잖아?"


"할 수는 있지만 아이가 없을 때만큼은 안돼. 가정이 있으면 쉽지 않지."


"흠..."



사실 결혼이라는 시점을 기준으로 우리들의 인생은 달라진다. 

혼인신고를 거쳤기에 법적으로라도 

배우자를 책임져야만하고 

평생을 남으로 살다가 갑자기 한 집에 살기 시작해야 하는 부분이

아무리 성인이라 할지라도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다.


상대방의 싫은 부분을 포기하거나 좋은 마음으로 이해해야 하는 사실과


내 마음대로 모든 것들을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결혼은 '참'으로 힘든 제도인 것 같다.

누구나 다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살지도 않을뿐더러

상상 속에서 이루어왔던 나의 그림과는 상반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한참을 우울해 있다가 문득,


내가 어떻게 이 우울을 이겨낼까. 도대체 내가 원하는 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가장 에너지 소비가 적고 아무때나 할 수 있는걸 찾았다.

그것은 바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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