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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발한골방지기 Aug 15. 2023

사교육, 해? 말어?

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교육이라는 소용돌이에 몸담아 휘휘 저이고 있었어요.


서예, 피아노, 태권도, 수학, 국어, 영어 등 학원과 과외를 병행하며

무수한 선생님들과 아이들 사이에 섞여 열심히 살아나고 있었습니다.


방학 때는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로 집안이 넉넉했지만 

늘 불만이 많았고 

배운 만큼, 돈 들인 만큼 성적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게 바로 돈 ≠ 행복이라는 명제가 나오죠.)


불어나는 압력과 부담감은 나의 사춘기를 악마화 시켰고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소위 말하는 '폭탄'이 되어 가족들은 내 눈치를 보며 살았었죠.


그 와중에 저는 '이 세상에 있는 학원이 전부 사라졌으면'이라는 저주를 퍼부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 제가. 현재는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학원 강사인데, 생업이 이어져 있다 보니 학원을 그만두겠다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조금 더 하면 잘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그만두기를 만류합니다. 웃기죠?


이 글은 학부모님이 볼 수도 있고 학생이 볼 수도 있고 같은 강사분들도 볼 수도 있을 거예요.

질타를 받을 각오를 하고도 글을 쓰는 이유는, 

학생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만 봐도 가장 눈에 띄는 제목은 

'제발 이런 학원은 거르세요.' 나 ' 사교육 당장 멈추세요.'라는 등의 문구입니다.

물론 책들도 많죠.


저는 그런 동영상이나 책들을 보면서 일을 하고 나면 정말이지 현타가 오기도 하고 공감이 가기도 합니다.


여러 책과 영상 그리고 직접 현장에서 아이들을 봐온 경험에서 3가지 유형을 대표로 뽑아봤습니다.

기준은 초등학교 이상입니다.


유형 1. 공부할 때는 집중을 전혀 못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할 때에는 누구보다도 집중력을 발휘하는 학생. (->특성 및 공부의 의미를 먼저 찾아줘야 함. 학원에 앉아있는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님)


유형 2.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에만 의지하는 학생. (->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 필요)


유형 3. 공부 머리가 투철하지만 자신을 믿고 게을리하는 학생. (-> 뱀의 머리보다는 용의 머리가 되길)


[유형 1]의 특성을 가진 학생들은 꽤나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아이들은 관심이 있는 방향이 다를 뿐이지 집중력이 전혀 없는 아이는 아닌 거예요. 이럴 때는 하루빨리 특기를 살려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부에 대한 매력을 못 느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할 때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게 포인트인 것 같아요.


[유형 2] 가장 위험하다고 보는 유형인데요, 어릴 때부터 학원에 다닌 아이들 중 여럿이 이에 해당합니다. 스스로 공부 플랜을 짜기는커녕, '학원에서 공부하는데 집에서도 해야 되냐'는 대사를 외우고 다니기도 하죠. 이에 부모님은 "그래. 네가 매일 학원에서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는데 집에서는 편하게 있어."라며 아이를 다독이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까놓고 보면 공부를 특출 나게 잘하는 애는 몇 없으리라 예상해 봅니다. 



[유형 3] 이 유형의 학생은 꽤 많이 봤습니다.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라서 자신보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 학원보다는 자신보다 잘하는,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있는 학원을 보내거나 환경으로 이끌어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학원에서 상담을 할 때 '다른 애들보다 진도가 빠르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당장 옮기는 걸 추천드려요. 거기 있으면 애는 발전할 수 없거든요.


물론, 학원은 아이들을 위한 사교육장이지만 맞벌이 부모님의 학생 보호기관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가정주부인 엄마/아빠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시간을 만드는 곳으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는 아이를 위한 선택을 했지만요. (예를 들어서 뛰어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와 같이 놀기에는 체력이 부족해 축구나 태권도 학원을 보내는 마음 같은거죠.)


그래서 여기 저기서 옮겨라! 그만둬라! 해도 섣불리 그만둘 수 없는 건 저 또한 학부모로서 백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아이의 공부를 결정하는 건 결국 내 아이라는 걸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스스로 플랜을 짜지도 못하고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학생은 분명히 공부를 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물론, 당장 그만두고 옮기는 게 답은 아니고 지금과 유지하면서 아이에게 '이런 방법도 있다'라며 다른 생각을 심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해서 이런 글과 강의를 하는 모든 분들은 내 아이의 부모가 아니에요. 

욕심의 눈을 씻어내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주세요. 

내 아이를 제일 잘 알 수 있는 건 부모입니다.

아이가 바르게 공부를 하고 있는지를 말이에요. 물론, '그렇게 하면 공부가 제대로 되겠어요?'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모든 건 어른들의 욕심과 결핍에서 일어난 현상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실 겁니다.

내 아이가 무엇에 행복해하는지 고민하고 고민해야 하는 게 어른들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극복해야 하는 건 아이인데 그 극복도 학원 선생님에게 맡기고, 대신 극복해 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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