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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활발한골방지기 Oct 17. 2023

언니가 결혼을 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언니가 호감 가는 남자가 생겼다고 말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귄다는 소식을 들었고, 1년 정도 되었을 때 결혼을 하겠다는 말을 들었어요.


시댁과의 트러블로 인해 살면서 처음으로 쓴 맛을 본 경험에서 일까요, 아니면 존경하고 언니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남주기 아깝다'라는 마인드였을까요. 


오묘한 기분이 들면서 '난 이 결혼 반댈세!'를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답니다. 


분명한 건 저는 저희 언니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결국 결혼은 개인과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라는 인간 체계의 소속감 욕구의 현실판이죠.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잔인한 관계.


결혼 제도는 사실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불편한 제도가 없다면 사회적인 질서가 무너지고 어린아이들이 안정감 없이 떠돌겠죠.


당장에 개인이 불편하다고 해서 없애자는 말을 쉽게 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이 세상 모든 것은 '그냥' 또는 '이유 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문득 생각이 나는 아이디어도 본인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마음일 것이고, 뜬금없이 나오는 길가의 표지판도 나에게는 상관이 없어도 여러 사람의 편의를 위해 세워진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세상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죠.


결혼도 같아요. 

남들이 한다고 해야 할 것 같은 느낌보다는 혼자의 삶 보다 함께 살아가는 삶에 속하고 

그로 인해 혼자 보다는 더 낫다는 확신과 행복감을 받는다면 하는 게 맞다고 봐요.


반면에 함께여도 좋지만, 혼자여도 잘 먹고 잘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결혼 생활에서 불행을 경험하고 후회를 한 번쯤은 한다고 해요.


어쩌면 예상치 못한 굴욕과 상처로 인해, 또는 개인의 결함을 채우고자 했지만 잘 되지 않았을 때-

결혼 생활과 배우자의 흠을 이 잡듯 샅샅이 뒤져서 찾아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비로소 "나는 나를 불행히 두지 않겠다."는 마음에서 피어나는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죠.


저는 아직도 스스로를- 결혼을 안 했더라도 나 혼자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결혼과 육아를 하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속상했는데, 한편으론 보석 같은 두 딸들과 착한 남편과의 삶이 내 인생에 있어서 차선책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결혼과 육아가 최선의 선택이 아닌. 


아마 내 인생에서 결혼과 육아가 최선의 선택이었다면 그건 좀 제 스스로가 결혼을 현실 도피로 사용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저는 결혼과 육아를 선택했지만 제 인생에서의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힘든 부분이 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혼자서 살았을 때보다는 0.1%이라도 열심히 사는 것 같아 조금은 안도가 돼요.


부디 결혼하는 모두가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이 결혼이 아니었으면 해요. 

우리는 도피보다는 함께 하기 위해 선택을 했고, 살다가 힘들면 '나'를 위한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걸 항상 생각하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금 더 단단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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