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 적게는 한 개 많게는 열몇 번씩 스스로 또는 다른 이와 약속을 한다. 하지만 그중에 정말 지켜지는 약속은 얼마나 될까? 비율로 따지면 100%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나부터 나 스스로와의 약속, 그리고 내 아이들과 한 약속을 지키질 못 할 때가 부지기수이다.
사람의 말은 정확할 수는 있지만 완벽하지 않고 단단하지 않으니 정확한 약속이 아니다.
부모의 사랑은 정확한 약속이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식의 사랑 또한 부모의 사랑보다 못할 수 있다.
개개인의 사정과 환경에 따라 어떤 것은 정확하고 어떤 것은 정확하지 않으니, 우리 모두에게 정확한 약속은 도대체 무엇일까.
바로 죽음이다.
태어나는 것도 약속이 아닌 인연이다. 오로지 죽음만이 생명체가 가진 정확한 약속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름다운 모든 것들도 죽음이 있어 빛이 날 수 있다. 우리도 살아 있는 동안, 죽음이 오기 전에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빛을 내고 있다. 빛을 낸다는 것은 살아 있음을 의미하며 빛을 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 한다. 사는 것이 의미가 없어질 때나 절망에 빠졌을 때 죽음을 원하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의 몸은 죽음을 막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아직은 아닌 것이다. 우리의 빛은 아직 빛나고 있고 다시 빛날 준비가 되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