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아이와 독서의 공통점

기꺼운 독서일기 열셋

by 기꺼움


# 1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책받침 뒷면에 매직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기억이 종종 난다. 어떤 그림이 나올지, 어떤 글자가 나올지 항상 궁금했다. 즐겁게 설레던 순간을 생각하면 무채색이던 그 시절 기억에 색이 덧입혀진다. 매직 아이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눈의 초점을 잘 맞춰야 한다. 평소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는 볼 수가 없다. 처음에는 꽤 어렵지만,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



# 2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창비, 2019)을 들었다(오디오북으로 구입했다). 퀴어 문학이라고 불리는 이 소설을 들으며 소수자의 사랑을 생각했다. 퀴어를 존중한다고 믿고 있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뭔가 특별할 거라는 짐작은 틀렸다. 이성애자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모습과 다름없었다. 두근거리고, 그립고, 슬프고, 때때로 지질한. 퀴어라는 단어에 따라붙었던 섣부른 상상들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맨 뒷자리에 앉아 고개를 돌려 창문 너머로 그가 계속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 틈에서 고개를 돌릴 때마다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이 점점 작아졌다. 버스가 코너를 돌아 완벽히 사라져버릴 때까지, 내 뒷모습이 그의 시야에서 완벽히 없어져 버릴 때까지 계속해서 내게 손을 흔드는 그. 나의 뒷모습을 그렇게까지 오래 바라봐준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 박상영 「우럭 한 점 우주의 맛」(『대도시의 사랑법』, 창비, 2019)



# 3



담담한 목소리로 저자가 직접 낭독한 <작가의 말>에는 치열하게 글을 쓰고, 쓴 글을 세상에 드러내면서 가졌던 두려움 같은 것이 느껴져 아팠다. 퀴어 당사자인 독자에게서 받은 "우리의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를 써주어 고맙습니다."라는 진심 어린 피드백이 지금의 작가를, 이 책을 가능하게 했다는 말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소설을 들으며 가졌던 부끄러움이 더욱 부끄러워지는 기분이었다.



# 4



매직 아이와 독서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시선을 갖게 하고, 현상을 새롭게 볼 수 있게 만든다. 책 속에서 화자가 겪고 있는 감정들을 통과하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을 많은 것들이 선명해진다. 나는 "잘 보여."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저 일정 간격으로 배열된 무늬만 보고 있었을 뿐이다. 그 안에 담긴 진짜 그림을, 문자를 전혀 보지 못했다. 박상영 작가의 소설 덕분에 퀴어를 바라보는 눈의 초점 맞추는 법을 배웠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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