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뚫고 나오는 또렷한 빛

기꺼운 독서에세이

by 기꺼움
김초엽「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허블, 2019)를 읽고 쓰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안에 깊게 자리 잡은 편견의 정체를 자주 발견한다. 머릿속을 부유하는 생각들이 형태를 갖게 되면서 드러나는 고정관념을 보면 벽을 만난 것처럼 답답해진다. 나는 과연 마흔여덟 살의 동양인 여자 우주비행사라는 타이틀을 봤을 때,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항공우주국 본부 출신의 백인 남성 우주비행사라면 어떤 물음도 던지지 않았겠지. 편견이 말이 되어 공격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심 품고 있는 마음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나는 누군가 내뱉는 차별적인 말들을 지지하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주비행사로 선발된 가윤에게 재경 이모의 존재는 영웅적이다. 재경은 비록 실패했지만 인류 최초의 터널 우주비행사로 선발되어 신체 개조 과정까지 겪어낸 여성이다. 우주를 통과하기 위해 최적의 몸 상태를 만드는 신체 개조만큼 어려웠던 것은 수많은 차별적인 평가와 시선에 부딪히는 것이었다. 마흔여덟 동양인 여성, 출산을 겪었으며, 만성 전정기관 이상이라는 부적격한 건강 상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선발 논란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소수자에 대한 우대조치가 다수에게 역차별이라는 그럴듯한 논리로 무장한 채 비난과 경멸의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까지 견뎌야 했다. 완벽하게 신체 개조에 성공한 재경이 우주가 아닌 심해로 사라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뒤늦게 더 큰 비난이 쏟아졌고, 가윤에게까지 여파가 미친다.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가 속한 집단 전부의 실패가 되는데, 어떤 사람의 실패는 그렇지 않다(308쪽)” 소수자가 겪게 되는 굴레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앞장서서 길을 만들어낸 재경과 끝내 우주 저편의 풍경을 보는 것을 멋지게 해낸 가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지독한 편견을 상기시키고, 편견을 뚫고 나오는 또렷한 빛을 보게 한다.




소설의 이야기가 현실에 닿아 온몸으로 편견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떠오르게 했다. 페미니즘을 위해 자기 목소리를 내며 길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 장애인 인권운동을 위해 애쓰는 활동가들, 뿐만 아니라 내가 모르는 영역에서 소수자들을 위해 애쓰고 있을 많은 사람들. 그분들의 투쟁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지금 나는 오류로 가득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 공부가 되어 있지도 않다. 책을 읽고 또 글을 쓰며 편견을 직시하고, 반성하는 것 외에는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이런 날들이 쌓이고, 쌓여서 언젠가는 소수자들의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앞으로도 내가 가진 차별적 태도를 인식하고, 재정립하는 일을 꾸준하게 해 볼 생각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