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세공하다

기꺼운 독서에세이

by 기꺼움

앤드루 포터「코요테」,「아술」(『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문학동네, 2019)을 읽고 쓰다.



앤드루 포터는 관계를 세밀하게 잘 그려내는 작가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각각의 인물들을 기막히게 그려낸다. 작가가 어떤 해석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의 완성은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맡겨진다.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야말로 훌륭한 작품을 만났을 때 얻을 수 있는 행운이 아닐까? 코요테아술 두 단편은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다룬다.


가족의 의미는 개개인의 살아온 궤적에 따라 다른 형태로 부여된다. 누군가에게 가족은 더없는 지지기반이자 포근한 안락일 수 있고, 또 다른 이에게 가족은 벗어나고 싶은 끔찍한 굴레일 수 있다. 어쩌면 정의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한 복잡한 층위의 감정들이 얽혀 있는 관계라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앤드루 포터 작가는 작품을 통해 겹겹이 보여준다.




코요테의 화자는 아들인 알렉스다. 성공한 영화감독을 꿈꾸는 아버지와 변호사인 어머니. 서로를 깊이 사랑했던 두 사람이 만든 가정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는 과정을 시종일관 담담하게 서술한다. 인물의 대화를 통해 식어가는 열기만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떤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읽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해하지 못할 인물은 없다. 각자의 인생에 최선을 다했지만, 중요하게 품는 지점이 달랐고, 세월이 흐르면서 벌어진 틈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을 뿐. 끝까지 마음에 붙잡는 인물이 있다면 화자인 알렉스다. 부모의 불화 안에서 겪는 상실과 결핍이 드러나는 지붕 위에서의 장면들은 유독 저릿하다.


“습관적으로, 어머니가 데이트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가 올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집을 보살피고 지키는 것이-내 의무라고 확신했지만, 실제로는, 진입로로 들어서는 어머니의 차 소리를 듣지 못하면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참을성 있게 리무진의 전조등을 기다리면서, 달빛 아래 은빛으로 반짝이는 대양을 내다보면서, 몇 시간이 흘러가도록 지붕에 머물러 있었다.(32쪽)”





아술에서는 또 다른 가족을 보여준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폴과 캐런 부부가 교환 학생인 아술과 일 년을 같이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관계의 양상들이 남편인 폴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처음은 느슨해진 부부 사이를 돈독하게 하기 위함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미세하게 뒤틀린다. 아술의 존재가 가족 안에서 폴의 입지를 갈수록 좁아지게 하고, 소외를 느끼게 한다. ‘와인, 음악, 어쩌면 그러나 내가 뭘 해보기도 전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일거리를 정리하기 시작한다.(64쪽)’ 부부의 어긋남 속에서도 아술과 캐런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 듯 보이지만(아술은 캐런을 엄마라고 부른다), 캐런은 여러 가지 이유로 아술의 방황에 적절히 개입하지 못하면서 한계에 봉착한다. 불운의 전조가 끝내 사고로 이어지고 나서야 폴과 캐런은 지나온 날들을 직면한다. 관계의 비틀림을 세심하게 묘사하면서도 무참한 광경을 눈 앞에 펼치듯 풀어내는 작가의 필력이 놀라웠다.


“피가, 끔찍하게 많은 피가 온 사방에 보이고, 여자아이들이 천천히 길을 트자 그 한가운데 내 아내가 보이고, 그녀는 아술을 부여잡고서 울고 있고, 곧이어 비명을, 입 밖으로 뭔가를 꺼내려 애를 써보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82쪽)”





우리의 인생은 예측 불가능한 일로 넘쳐나고, 개인이 겪어야 할 다양한 굴곡들은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와 맞물리며 변수를 만들어 낸다. 완벽한 개인이 없듯이, 완벽한 가족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하지만 관계 안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문제들을 논의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 성심을 다한다면 건강한 관계를 쌓아갈 수 있음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앤드루 포터 작가의 세계 안에서 유영한다. 곱씹고, 거듭하는 사유를 통해 가족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치밀하게 세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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