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안해

실수하지 않는 부모가 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by 기꺼움

서율아!


오늘 편지를 읽고 있는 너는 몇 살이니? 이번 페이지는 네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게 되면 그때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요즘 엄마가 쓰는 편지는 마치 여행지에서 찍은 가족사진처럼 폭신하고, 행복한 순간이 담겨 있잖아. 사실 우리의 평범한 하루에는 화가 나서 동생을 때리는 서율이고 있고, 슬슬 누나 약을 올리는 서준이도 있고, 이유 없이 짜증을 내는 서율이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묶어주는 엄마도 있는데.


사과 먼저 할게. 오늘 아침 네 엉킨 머리카락을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빗은 건 엄마가 미안해. 살살 빗어도 아픈데 엄마가 화가 나서 그랬어. 아침부터 뾰족해져서 날카롭게 구는 서율이를 이해할 수 없었거든(엄마는 이해하려는 생각조차 안 했는지도 몰라).


하루 종일 후회했어. 조금 더 너그럽게 물어봐 줄걸. 왜 짜증이 나는지. 무슨 힘들 일이 있는지. 찬찬히 들어주고, 안아주고, 달래서 학교에 보냈어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마음 상한 티도 못 내고 버틸 텐데.


서율아, 엄마가 어릴 때 텔레비전 속 드라마에서 많이 나왔던 장면인데, 부모가 말 안 듣는 자식을 회초리로 때리고 아이가 울다 지쳐 잠들면 방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서 울면서 상처 난 다리에 약을 발라 주거든. 솔직히 엄마가 되기 전에는 이해 못 했어. 저렇게 속상해하면서 왜 혼내는 거지?


이제 엄마는 알아. 실수하지 않는 부모가 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한 생명을 낳고, 키우는 일에는 엄청난 인내가 따라야 한다는 걸. 엄마로 사는 게 쉽지 않네. 이제 좀 괜찮아지려나 싶어서 한숨 돌리고 나면 눈앞엔 막다른 골목이 나와. 미로 찾기를 하는 기분이야. 서율아, 엄마가 공부할게. 어질고 편안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 계속 공부할게. 그럼 미로를 빠져나가기 수월해지지 않을까?




혹시 엄마가 된 서율이가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이야기해주고 싶어.

서율아. 엄마도 실수를 하고, 후회도 하며 너희들을 키웠단다. 괜히 자책하지 말고, 힘들어하지 말고 답답할 때는 엄마한테 바로 전화해. 알겠지?

엄마도 오늘은 할머니한테 전화를 걸어야겠다.


2019년 뜨거운 여름을 통과하며 아이들에게 매일 쓴 편지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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