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에서 처음 만날 날, 품에 안긴 너를 보며 엄마가 꺼낸 말은 "우리 딸 예쁘다."였어. 너도 엄마도 많이 힘든 날이었지. 산소마스크를 낀 채 시간이 멈춘듯한 고통을 견뎌낸 뒤 우리는 만났어. 그토록 어렵게 만난 네가 너무 작고 예뻐서, 엄마는 눈물만 흘렸단다.
어제는 옆에서 곤히 잠든 네 손을 쓰다듬다 길쭉하게 느껴지는 형태의 감각이 낯설어 놀랐어. 어느새 이렇게 훌쩍 자라다니. 몸이 자란 만큼 마음도 자랐겠지? 서율이가 클수록 엄마와 너의 마음이 어긋나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막하고 겁이 나.
지난 주말 눈 뜨자마자 시작된 너희 둘의 다툼을 하루 종일 말리고 다그치다 지쳐버린 엄마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펑펑 울었잖아. 마음을 추스르고 밖으로 나왔을 때. 서율이 서준이가 엄마를 위로하겠다며 빨래를 개고, 거실을 정리한 모습을 보고 착잡했어. 실컷 울어서 개운하면서도 혹시 너희를 불안하게 만든 건 아닐까 무서웠지.
서율이가 동생에게 친절한 누나가 되길 바라고, 어른들께 예의 바르게 행동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은 어디에서 온 걸까? 너를 품고 키워온 시간이 만들어 낸 욕심은 아닐까? 아니지. 사랑을 듬뿍 주며 애써서 키우는데 이 정도 기대는 할 수 있는 거야. 이렇게 혼자 묻고 대답하는 일이 잦아졌어.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어. 네 존재를 그대로 인정하고 어떤 모습도 너그럽게 안아주고 싶어. 엄마는 마음과 다른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며 쉽게 결론 내지 못하고 허둥댄단다. 우리 서율이 생일에 쓰는 편지에 엄마의 고민만 잔뜩 담았네. 미안해.
서율아! 이렇게 셀 수 없이 흔들리는 엄마지만, 2011년 7월 10일 너를 처음 품에 안은 그때부터 절대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어.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서율이를 사랑할 거라는 거. 엄마한테 와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 딸, 오늘도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