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 단순한 진심_조해진
나나 씨가 프랑스로 입양되기 전까지 한국에서 머물렀던 공간들과 그곳을 접촉했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다가, 최종적으로는 나나 씨의 오래전 이름인 '문주'의 의미를 알아내는 과정 자체가 지금 제가 그리고 있는 영화입니다.
- 조해진, 『단순한 진심』(민음사, 2019) 12쪽 중에서
가끔은 친구들이 과거의 일시적인 이름에 왜 그토록 집착하느냐고 묻곤 했다. 그 질문에 나는 언제나 같은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문주는 내게 시원(始原)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문주로 불리기 이전, 그러니까 철로에서 발견되기 전까지의 삶은 암흑의 연장일 뿐이어서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은 전무했다.
- 조해진, 『단순한 진심』(민음사, 2019) 22쪽 중에서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라도 말해. 뭐든지, 다, 에브리, 에브리, 알았지?"
뭐든지, 다, 에브리, 에브리······. 럭키하고 또 럭키한 그녀가 선택한 단어들에는 체온이 있었고, 그제야 나는 내가 고향에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 조해진, 『단순한 진심』(민음사, 2019) 72~73쪽 중에서
조해진은 진심이라는 관념의 공간을 느리게 거닐면서 그 지명에 담긴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힌다. 우리 모두의 이름은 언젠가 한 존재가 타인을 위해 진심을 담아 최초로 건넨 말이라는 것을. 이름을 부르는 것은 인간이 타인을 껴안는 첫 번째 방법임을.
- 김현(시인) 「내 이름은」 (조해진, 『단순한 진심』, 민음사, 2019)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