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책]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_이원하
수국 한 알을 따서 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
- 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2020) 중에서
그는 이제 울지 않기 위해 웃는 것이 아니라 웃을 수 있어서 웃는 사람이 되었다. 이 웃음은 그가 쟁취해낸 것이지만 그는 이것이 제주의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 자, 그러니 시집 전체가 아니라 이 시만 읽은 사람이 어떻게 알겠는가. 어떤 마음의 역사가 이 시를 쓰게 하였는지를. 이 웃음 뒤에 어떤 세월이 있으며, 이 아름다운 경어체가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를. 시집은 여기서 끝나고 그는 계속 가야 할 길이 있다. 자연에서 자유로 가는 길, 우리도 그 길 위에 있고, 시는 오로지 그 길 위에만 있다. 이원하의 시는 자유를 바라보는 자연의 노래다.
- 신형철, 「자연에서 자유까지」 (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2020)
눈이 쌓이는 만큼 빛은 자기를 최대한 펼쳐놓아요
펼쳐서 얻는 게 별로 없을 텐데도
사람 좋은 사람처럼 자신을 바닥에 널어놓아요
저렇게 물도 들지 못하고 웃으며 사는 것 좀 보세요
- 이원하, 「참고 있느라 물도 들지 못하고 웃고만 있다」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2020) 부분
위로의 말은 없고 이해만 해주는
바람의 목소리
고인 눈물 부지런하라고 떠미는
한 번의 발걸음
이 바람과 진동으로 나는 울 수 있다
- 이원하, 「여전히 슬픈 날이야, 오죽하면 신발에 달팽이가 붙을까」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2020) 부분
영원히, 말고
잠깐 머무는 것에 대해 생각해
전화가 오면 수화기에 대고
좋은 사람이랑 같이 있다고 자랑해
그 순간은 영원하지 않을 테니까
지금 자랑해
- 이원하, 「환기를 시킬수록 쌓이는 것들에 대하여」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2020)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