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천재들'을 읽고 쓰다 [넷, 서식지]

기꺼운 독서에세이

by 기꺼움



넷, 서식지



긴팔원숭이 수도 점점 줄어 이제 4천 마리가량 남았습니다. 동물 한 종이 멸종한다는 것은 모나리자나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매일매일 태워 없애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 김산하(야생영장류학자)와 함께


걷는 것을 좋아하는 영장류학자 김산하 박사의 이야기다. 동물과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였고, ‘전문가’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선택한 학문이 동물자원학이었다. 일찍부터 ‘언젠가 00이 되기 위해’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지혜로운 아이는 자바의 긴팔원숭이를 연구하는 학자가 된다. 열대우림에서 살아가는 긴팔원숭이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탄식하며 생물의 서식지가 갖는 중요한 가치를 깨닫는다. 제인 구달의 환경 운동에 깊은 감회를 받아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삶에 덧붙이기 시작했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 작은 실천들. 그의 태도에는 삶의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묻어 나오는 따뜻함과 단호함이 공존했다.


Photo by Lance Denny on Unsplash



김산하 박사의 인터뷰 끝에 정혜윤 PD는 ‘마이크로 하비타트’에 대해 거듭 말한다. ‘사소하지만 영원한 의미를 지닌 방식으로 서로 신경 써주는 사람들’에 대해 말이다. 통영의 가마솥 시래깃국 식당, 합판을 이어 붙여 만든 긴 식탁에서 자기 자리를 조금씩 좁혀 앉으며 ‘너도 같이 먹자’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마이크로 하비타트였다. 뭐가 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는 삶. 서로가 서로에게 서식지가 되어주는 것의 아름다운 의미를 되뇌며 생각한다.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온전히 알 수 있게 하는 나의 자리, 장소, 누구에게나 절실히 필요한 그것, 바로 사랑이고 서식지겠지요. 이제 사랑의 고백은 이렇게 바뀔지도 모릅니다. “나의 서식지가 되어줘,” 내가 다른 사람의 서식지가 된다는 것에 대해선 이제 더 이상 말로 덧붙일 것이 없습니다. 그냥 빨리 나가서 뭐라도 하고 싶습니다. 마침 비가 오니 우산이라도 들고 서있어야겠습니다.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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