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천재들'을 읽고 쓰다 [셋, 만남]

기꺼운 독서에세이

by 기꺼움



셋, 만남



내가 자존감을 갖고 있어야 사람들이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진짜 기뻐하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겠구나.
- 윤태호(만화가)와 함께



『미생』으로 잘 알려진 윤태호 만화가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그를 주눅 들게 했던 피부병 ‘어린선’(피부가 물고기 비닐 같은 결정으로 덮여 있는 병)에 대한 이야기부터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그림을 향한 열정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집안 형편상 대학에 갈 수 없었던 그는 만화 학원에 다니며 노숙 생활을 하게 된다. 단 하나의 재능인 그림을 지키기 위해 매일 그리고 또 그린다. 그러던 중에 존경하던 허영만 화백의 화실에서 일하게 되고, 이어 조운학 선생의 문하생으로 일하며 스물다섯 살 데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요하게 준비한다.



윤태호 『미생 1』 (위즈덤하우스, 2012) 중에서



오랜 고생 끝에 월간지로 데뷔했으나 본인의 작품에 크게 실망하게 된다. 독자에게 에너지를 줄 수 없는 형편없는 작품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출판사로부터 받은 주간지 제안까지 거절한다. “저는 공부 좀 더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다시 스토리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눈 앞의 기회에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날 수 있는 용기가 멋지게 보였다. 휴직을 고민하며 몇 번을 곱씹었던 문장이 “저는 공부 좀 더 하겠습니다.”였다. 삶을 위한 공부가 필요한 시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며 그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싶었고, 아등바등하지 않는 엄마로 살고 싶었다. 이제 일 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앞으로 보낼 날들 안에 ‘기쁜 만남’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만남은 존재를 빚어내는 조각가입니다. 혼자일 때 우리는 잘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뭘 잘 보지 못하게 됩니다. 헤르만 헤세가 말한 흑마법입니다. 만남은 나를 빚고 세계를 빚습니다. 사실 사랑하는 사람이 거울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에서 우리는 ‘최고의 나’를 봅니다.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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