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천재들'을 읽고 쓰다 [둘, 사랑]

기꺼운 독서에세이

by 기꺼움



둘, 사랑



마음속이 어쩐지 뭉클해지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 변영주(영화감독)와 함께



두 번째는 변영주 감독이 말하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위안부 생활을 했던 할머니들의 애환과 슬픔을 담은 영화 『낮은 목소리』 등을 찍은 감독이다. 제작비 앞에서 이중적이 되었던 순간,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날들을 말하는 솔직함이 반가웠다. 쉬지 않고 달려오던 그녀는 더 잘하고 싶어 진 순간 침잠한다. 자신에게 부지런해져야 한다는 벌을 내리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는다. 빨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잘하고 싶어서 보낸 시간들이 반짝인다.



Photo by Dollar Gill on Unsplash



나 역시 그랬다. 나만큼 애쓰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고, 인생이 덜거덕 거릴 때면 그런 내가 불쌍해서 견딜 수 없었다. 몇 년간 승진에서 누락되고, 지독한 이명과 어지럼증까지 앓게 되면서 위로받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웠다. 지친 몸과 마음에 자주 울었고 한 번씩 끝을 생각했다. 소리 없이 증발해버리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읽고 쓰는 시간들이 그때의 나를 일으켰고, 지금의 나를 살게 하는 것 같다. 평소와 달라진 아침을 맞이하며 요즘 마음과 닮은 변영주 감독의 문장을 적는다.


그런데 그때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즐거워졌습니다. 오늘은 어떤 책을 읽을까?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볼까? 오늘은 누구에게 영향을 받아볼까? 그 시간은 정말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무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중략) 내가 나를 위로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영주야!”하고 부릅니다. “영주야! 너는 어떤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니? 영주야! 너는 영화가 왜 좋니? 영주야! 너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들려주고 싶니?”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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