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천재들'을 읽고 쓰다 [여섯, 말]

기꺼운 독서에세이

by 기꺼움



여섯, 말



사회가 개인의 삶을 보호하지 못할 때 허무함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은 공감에서 나옵니다.
- 엄기호(사회학자)와 함께



엄기호 사회학자가 살아온 이야기의 시작은 책에 있다.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현실을 다시 살피고, 구조적인 문제를 알아챈다. 전국교사협의회 선생님의 책을 통해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고, 박완서 소설가의 책을 접하며 구체적 보편성을 체험하는 식이다. 이후에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우는데 ‘너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나의 이야기 안에서 동시대성을 찾아보라고 알려주는 스승이며, 학생들의 삶에서 언어를 길어오는 사람이다. 개개인의 말을 사회적 발언으로 만드는 일의 가치를 일깨운다.


Photo by Diego PH on Unsplash



정혜윤 PD는 이 ‘말’에 대해 사유한다. 생활수준, 창의력, 리더십, 희망, 잉여, 지속가능 등의 말들이 사회에서 오염되어 있음을 밝힌다. 규칙의 지배를 받는 언어를 다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수한 문제를 보편적으로 만들고 수단이 아닌 이유를 곱씹으며 용기를 내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보자고. 정혜윤이기에 볼 수 있는 시선, 할 수 있는 말, 쓸 수 있는 문장을 만날 때면 가슴이 뛴다. ‘열린 마음’을 이야기하는 문장은 특히 그랬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맘 위에 쌓여 있던 문장이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일 것이다.


우린 열린 마음을 가진 자들을 찬양합니다. 그러나 열린 마음이란 단지 관대함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서져 열리는 것입니다. 맘에 담아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타인이 내게 열어보인 마음은 내 마음 위에 두어야만 한다고 합니다. 어느 날 그 맘이 내 안에 들어올 때는 내 것을 열고 부수고 들어옵니다. 우리가 좋은 책을 읽을 때 그 글귀들이 우리 맘 위에 눈부시게 쌓여있다가 어느 날 우리 마음에 들어오는 것과 같습니다.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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