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천재들'을 읽고 쓰다 [여덟, 별]

기꺼운 독서에세이

by 기꺼움



여덟, 별



저기 보이는 저 능선이 어디로 연결되는가, 저 밑에 어떤 마을을 품고 있을까 헤아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자신이 오를 산봉우리만 보고 생각하면서 등산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정병호(천문인마을 천문대장)와 함께



횡성 천문인 마을 천문대장 정병호의 이야기다. 별을 좋아해 일평생 별과 함께하게 된 사람이다. ‘일단 시작하라!’라는 신조를 가진 정병호는 자신을 남에게 맞추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별을 찾아다니다 횡성 천문인 마을에 자리 잡는다. 천문대를 찾아오는 사람에게 별자리에 대해 강의하며 그가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은 모든 기대를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휘황찬란한 사진 속 은하를 잊고, 고요와 침묵 속에서 눈으로 별을 보고 가슴에 담아 가라는 말이다. 별을 보는 것을 별을 겪어봤다고 말하는 그는 별빛을 통해 떠나온 것들을 돌아볼 줄 안다. 여전히 별을 취미라고 말하는 그에게 취미란 ‘내가 했을 때 즐거운 것, 그걸로 굳이 뭘 이루려고 하지 않는 것, 그 세계에 들어가 끝없이 헤집고 다니고 싶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문장을 읽으면 마음이 잔잔해진다. 즐거운 일의 세계 속에서 유영하는 삶을 그려보게 된다.


Photo by Alan Chen on Unsplash



정병호의 이야기에 정혜윤 PD가 덧붙인 일화는 더욱 눈부시다. 방송 촬영을 위해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가게 된 그는 사막에서 일하는 광부들에게 ‘아름다움을 보는 순간’에 대해 묻는다. 이에 광부들은 사막에 해가 지고, 뜨는 것과 함께 사막의 별을 보아야 한다고 답한다. 광부의 눈이 되어 바라본 밤하늘의 경이로운 모습은 정혜윤의 문장 그대로 옮겨 둔다. 그토록 찬란한 밤하늘을 상상하면 나를 감싸고 있는 현실의 두려움이 아스라이 사라지는 듯하다.


우리들은 별 옆에 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본 사막에서 별은 별 뒤에 있습니다. 모든 별은 자기 뒤에 또 다른 별을, 또 다른 별을, 또 다른 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한이었습니다. 그것은 까마득한 깊이였습니다. 모든 별은 자기 앞에 별을, 또 다른 별을, 또 다른 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3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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