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방학

평소 북적거리던 교문도 방학에는 한산해

by 기꺼움


서율아, 오늘부터 여름방학이다. 아주 짧은 방학.


학교 방학은 한 달이지만 서율이의 방학은 일주일 남짓이야. 8월에는 방학 전과 다름없이 돌봄 교실에 있다가 태권도에 가야 하지. 텅 빈 학교에는 두 개의 교실이 문을 열고, 일하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 평소 북적거리던 교문도 방학에는 한산해. 지난 겨울방학에도 혼자 터벅터벅 들어가는 서율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짠하더라.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면서 마음이 맥없이 무너지는 날들이 많았어. 어린이집 현관에서 엄마 다리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너를 떼어놓고 나올 때, 열이 나고 아픈 네 곁은 온전히 지켜주지 못했을 때, 약시 진단을 받아 안경을 쓰게 된 서율이가 가림 치료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도 그랬지. 만약 할머니가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엄마는 버티기 어려웠을 거야(우리 할머니께 잘하자).


학교에 들어가면 좀 낫겠지 했는데, 여름과 겨울 짧은 방학을 보내는 너를 볼 때마다 흔들려. 미안한 마음을 자꾸 표현하면, 우리만의 삶의 방식을 꾸리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꾹 참고 중얼거리지.


"양보다 질이다. 양보다 질이다..."


서율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기! 물론 실천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노력하고 있어. 다음 주부터 휴가를 낼 거야. 즐겁고 신나는 시간으로 채워보자.




참, 어제는 서율이가 갑자기 가스요금 고지서를 건네더니, 하나 더 있다고 하면서 "짠"하고 상장을 보여주더라. 깜짝 이벤트인 거야? 그랬다면 성공이야!


상장을 받아서 기뻤고, 역시 엄마 딸이구나 생각하며 웃었어. 편지 쓰기 대화 장려상이라니. 매일 편지를 쓰는 엄마에겐 정말 비타민 같은 상장이야. 고마워, 딸.


2019년 뜨거운 여름을 통과하며 아이들에게 매일 쓴 편지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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