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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꺼움 Oct 28. 2020

활자에서 영상까지

[오늘, 영화] 알렉산더 페인 <디센던트>(The Descendants)


우리가 두 번째로 함께 볼 영화 <디센던트>를 검색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 조지 클루니 주연의 2011년 영화였다. "뜻하지 않은 아내의 사고, 그동안 몰랐던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 남자"라는 줄거리의 첫 문장과 함께 얻게 된 정보는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라는 것이었다. '카우이 하트 헤밍스'라는 작가의 장편소설이었다. 소설이 영화화되면 소설을 먼저 읽은 후에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서둘러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했다. 그렇게 소설 『디센던트를 읽고, 영화 <디센던트>를 보았다.





하와이 태생인 중년 변호사 맷 킹, 이야기는 그의 아내가 보트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닥친 시련과 어긋나기만 하는 두 딸과의 관계만으로도 버거운 그에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아내가 이혼을 준비해다는 사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소설은 맷 킹의 슬픔과 사랑, 분노, 고통, 절망 등 여러 층위의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그려낸다. 맷 킹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이 저마다 가진 사연과 감정도 같은 방식으로 보여준다. 그렇게 작가가 만든 세계가  머릿속에 펼쳐진다.


소설이 남긴 여운이 채 사라지기 전에 영화를 재생한다. 문장이 빚어인물들이 실체가 되어 영상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그들은 상상했던 모습과 거의 흡사하기도 하고, 완전히 다르기도 하다. 다만, 소설을 읽으며 인물들의 내면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가는 대화 속에 담긴 마음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서사를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으니 한 컷 한  집중도가 높다. 특히 문장 속에 갇혀 있던 풍경이 영상으로 재현될 때면 넋을 놓고 보게 된다. 게다가 그 풍경이 하와이의 끝없는 해변과 일렁이는 파도와 야자수의 푸르름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하와이의 꽃 프랑지파니, 디센던트(2011)


맷 킹이 병실에서 아내에게 끝인사 하는 장면은 소설에서도 영화에서도 깊은 감동을 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잘 가, 내 사랑, 내 친구, 내 고통, 내 행복. 안녕. 안녕. 안녕" 복잡하게 얽혀있던 감정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쌓아온 추억과 시간의 두께 덕분에 가능한 작별의 순간이다. 활자에서 영상까지 <디센던트>를 읽고, 보는 동안 떠오르던 문장이 있었다.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마음사전에서 '중요하다'와 '소중하다'의 차이를 설명한 글의 일부이다.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 이 세상 부부들은 서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미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어디론가 숨어들고 있다. 우리는 중요한 것들의 하중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잃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약속과 소중한 약속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중요한 약속에 몸을 기울이고 만다.


호흡기를 뗀 아내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맷 킹, 디센던트(2011)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1329/clips/213

* 네이버 오디오 클립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함께하며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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