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화] 그리머 해커나르손 <램스>(Rams, 2015)
나는 양이다. 아이슬란드에 살고 있다. '텅 빈 아름다움'을 간직한 자연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축사다. 비좁고, 더러운 이 곳에서 모든 것이 이뤄진다. 먹고, 싸고, 교미한다. 나는 매년 우수 양 선발대회에 나간다. 다리 18점, 엉덩이 8점, 등 9점. 내 몸은 함부로 주물러지고 점수 매겨진다. 누굴 위한 대회인가? 양 한 마리가 전염병에 걸렸다고 한다. 나는 병에 걸리지 않았는데, 죽어야 한다고 했다. 살고 싶다. 너무 살고 싶다.
인간들은 자주 말했다. 얼음과 불밖에 없는 이 나라에서 양만큼 큰 역할을 한 것은 없다고, 1천 년 동안 인류의 구원이자 친구로 함께 살아왔다고. 친구? 인간들의 착각이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들을 친구로 생각한 적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