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이었어. 햇볕은 지칠 줄 모르고 열기를 뿜었지만, 엄마 사무실 한쪽 커다란 유리창 밖의 하늘은 선명해서 좋았던 하루야. 서준이는 앞에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뒤에는 무지개가 그려진 부채를 만들어 왔더라. 엄마의 감탄에 환해지던 너의 표정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던 서준이 모습이 떠오르네.
엄마는 지난주에 오늘 날씨와 딱 맞는 그림책을 필사했어. 궁금하지? 햇볕이 브로콜리 수프보다 뜨거운 날. 할아버지와 손자는 모험을 떠나. 할아버지는 지도를 살폈고, 손자는 망원경을 챙겼지. 쨍한 햇볕에 지치고 힘들었지만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 그늘이 있는 곳,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을 찾아서 말이야. 할아버지와 손자는 걷고 또 걸었고 마침내 멋진 배 위에서 훌륭한 소풍을 즐기게 된단다. 집으로 돌아온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하신 말씀이 특히 좋았어. 서준이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었지.
바라보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단다.
서준아, 나이를 먹어 갈수록 뭔가를 시도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 같아. 갈수록 실패는 두렵고, 어떤 일에 에너지를 쏟아붓는 게 굉장히 귀찮아지거든. 그렇지만 시도를 해야 뭐든 찾을 수 있는 건 확실해. 이런저런 이유로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더라. 물론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뭔가를 찾게 될 수도 있어. '에잇, 이건 뭐야. 내가 원하던 게 아니잖아.' 하면서 시시하게 느껴질지도 몰라. 하지만 서준아 분명한 건 말이야. 그 시시한 일이 언젠가 네가 원하는 일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도 있단다.
서준아, 엄마는 노력해. 멋진 말만 하는 엄마가 되지 않기 위해 시도하고, 실패하고, 또 시도하고, 또 실패하지. 이렇게 매일 글을 쓰는 일도 엄마의 노력이고, 도전이야. 힘들지만 괜찮아! 이 길 끝에는 엄마의 진심이 담긴 우리만의 책 한 권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음, 오늘도 100m 정도 왔나? 이제 조금 놀아야겠다. 서준아, 메모리 게임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