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을 찾아주는 아들

엄마 내가 말한 거 있잖아, 구름 우유!

by 기꺼움

서준아, 안녕.


오늘은 서준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고 해.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한 뒤로 엄마는 우리 서준이가 하는 말을 예전보다 유심히 듣게 돼더라. 때때로 기록해놓고 싶은 말을 만나면 "서준아, 잠깐!"하고 스마트폰 메모장에 적어두지. 며칠 전에는 서준이가 하늘의 구름을 보며 말했어.


하늘에 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구름을 넣어서 우유를 만들 수 있잖아. 구름 하고, 우유하고 섞으면 구름 우유!


보송보송 귀여운 말에 반가워진 엄마는 신호대기 중에 메모장을 열고 서준이의 말을 문장으로 옮겨뒀어. 이제는 메모가 습관이 되었나 봐. 그렇게 적어두고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엊그제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엄마에게 서준이가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하는 거야.


"엄마, 내가 말한 거 있잖아. 구름 우유! 그거 쓰면 되잖아." 엄마가 웃지 않을 수가 없더라. 서준이가 엄마에게 글감을 주려고 예쁜 말을 궁리해서 하는 건지, 아니면 메모장에 적었던 것을 기억하고 꺼낸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경우든 서준이의 다정한 배려에 마음이 따듯했어. 진심으로 고마워.


서준아! 엄마가 처음에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 작은 책은 우리의 책이 될 거라고 말했잖아. 오늘은 그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네. 서준이 덕분에 엄마는 또 한 편의 편지를 완성했잖아. 엄마가 글을 쓰고,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니었다면 이런 별빛 같은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었을까?




회사와 집을 오가며 엄마가 해야 할 역할이 꽤 많지만, 틈틈이 너희에게 전하고 싶은 글을 쓰고 다듬는 순간이 정말 소중해. 무엇보다 출퇴근길 차 안에서 구름 모양을 살피는 서준이의 옆모습을 보는 게 좋아. 아들,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2019년 뜨거운 여름을 통과하며 아이들에게 매일 쓴 편지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구름에 쌓인 빌딩 꼭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