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에는 유독 손이 느리고, 실수가 잦은 엄마와는 아주 다르지
서준아.
며칠 전부터 우리는 설거지를 함께하기 시작했어. 서준이는 퐁퐁을 묻혀주고, 엄마는 그릇을 헹구지. 처음에는 재미 삼아 같이 해봤는데, 이제는 서준이를 의지하고 있어. 꼼꼼하고, 손끝이 야무진 서준이는 아빠를 많이 닮았어. 집안일에는 유독 손이 느리고, 실수가 잦은 엄마와는 아주 다르지.
엊그제는 서준이가 양치를 하고, 세면대가 더럽다며 비누거품을 내서 깨끗하게 닦았고, 또 어떤 날에는 누나 칫솔에 치약이 남아 있다며 그걸 꺼내서 헹구고 있더라. 차 안에서 물티슈로 손을 닦더니 시트 위에 먼지를 훔쳐내기도 해. 종종 만나게 되는 서준이의 깔끔한 행동에 놀라(엄마는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태어나면서부터 기질적으로 타고난 부분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지.
반면에 서율이 누나는 언제나 가까이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필요해. 오늘 아침에도 세수를 안 하고 학교에 갔어(입 주변에 침을 묻혀서 밤새 마른침 자국을 닦아낼 정도야). 아빠는 그런 누나를 볼 때마다 "우리 딸은 얼굴은 참하고, 깔끔하게 생겼는데." 하며 안타까워하거든. 그때마다 엄마는 괜히 찔려서 반박하곤 해. 누나는 엄마를 닮은 거니까. "여보, 서율이 매력이야. 단정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빈틈 많은 성격." 그럼 아빠는 어이없다는 듯 웃지.
다시 서준이와 함께하는 설거지 이야기를 해볼게. 엄마는 그 시간이 정말 즐거워. 의자 위에 올라가서 키가 훌쩍 커진 서준이가 거품으로 그릇을 박박 닦는 모습을 한참씩 봐. 그러다 정말로 키가 커진 서준이를 상상해. 그때도 우리는 이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설거지를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엄마보다 친구들과 노는 게 훨씬 신날 테지.
10년 뒤 어느 날, 혼자 설거지를 끝내고 소파에 앉아서 여섯 살 서준이와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모습이 떠오르네. 그때가 좋았다며, 인생에서 반복되는 후회를 또다시 하고 있을 거야. 오늘에 집중하자! 엄마 품 안에 있을 때 듬뿍 사랑해주고, 사랑받아야지.
2019년 뜨거운 여름을 통과하며 아이들에게 매일 쓴 편지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