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헤어짐

흔들리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어

by 기꺼움

서율아.


오늘은 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 아빠와 떨어져 1박 2일 캠프를 떠난 날이야. 태권도 학원에서 가는 인성캠프인데 서율이가 보내 달라고 해서 의아했어. 우리 서율이가 많이 자랐구나, 생각했지. 올해 들어 처음 하는 물놀이가 기대되는지 새로 산 민트색 수영복을 꽤 여러 번 입고, 벗었어. 며칠 전부터는 세면대를 물로 가득 채우고, 물안경을 낀 채 잠수 연습을 하더라. 머리만 콕 박고 숨을 참는 너를 위해 엄마는 옆에서 초를 셌지. 1.2.3.4.5.6.7.8 초! 고개를 든 서율이는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면서 싱긋 웃었어. 물안경을 썼는데 눈을 감고 잠수를 했대.




어제저녁에는 스스로 가방을 싸고, 설렘과 기대를 종알종알 늘어놓는 서율이 모습에 엄마는 은근히 긴장되더라(물론 제법 태연한 척했지만). 대전에서 괴산까지 가려면 2시간 정도 걸린대. 서율이는 엄마를 닮아 멀미도 심하고, 밖에 나가면 화장실도 자주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수영은 전혀 못하니 물이 깊으면 무서울 텐데 괜찮으려나? 아직도 엄마랑 같이 잠드는 서율인데, 친구들하고 잘 수 있을까? 괜한 걱정에 잠이 오지 않아서 소설책을 끼고 앉아서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어.


덕분에 잘 떠지지 않는 부운 눈으로 서율이를 보내고, 출근해야 했지. 온종일 서율이가 뭐 하며 놀고 있을지 생각했어. 도착할 시간을 가늠하고, 물놀이하는 시간에는 볕이 너무 뜨겁지 않을까, 중얼거렸어. 아빠는 안전벨트를 꼭 하라고 율이한테 문자를 보냈나 봐. 딸내미가 벨트를 잘했다고 답장이 왔다며, 회사 메신저로 이야기했어. 아빠와 마음을 나눌 수 있어 다행이었지.




서율이가 태어난 지 9년, 엄마가 엄마가 된 지 9년. 이렇게 짧은 헤어짐을 연습하는 것도 우리가 겪어야 하는 과정이라는 걸 잘 아는데, 걱정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네. 늦은 저녁 영상 통화를 하며,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먹이던 네 모습이 생각나서 마음이 쓰려. 흔들리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서율이의 도전과 경험을 바라봐 주고 싶어. 깊은 신뢰를 담은 눈으로 말이야. 엄마도 서율이가 자라는 만큼 성장해야겠지? 흠... 오늘 밤이 지나면 우리 둘 다 한 뼘씩 자라 있기를.


2019년 뜨거운 여름을 통과하며 아이들에게 매일 쓴 편지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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