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주말

엄마의 시간도 슬슬 속도를 내기 시작하나 봐

by 기꺼움

서준아.


다시 월요일이네. 누나는 1박 2일 캠프를 무사히 다녀왔고, 일요일에는 다 함께 영화를 봤어. 엄마는 언젠가부터 많은 어린이 영화를 섭렵하고 있어. 비록 천만 관객이 봤다는 영화들은 못 봤지만 <모아나>, <코코> 등 잊지 못할 영화를 만나게 되었어. OST가 특히 좋아서 영화의 잔상이 사라질 때까지 집안 가득 노래로 채우고, 함께 춤을 추곤 했지.




어제 본 영화는 <레드 슈즈>였어. 주인공 캐릭터를 보고 당연히 디즈니에서 나온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예고편을 보니 한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이었어. 뭔가 자랑스러웠어. 그것만으로도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했지. 서준이는 아직 잘 모를 테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 같은 게 있거든(같은 이유로 엄마는 한국 소설을 유독 아낀단다).


서준아, 영화는 어땠어? 재미있었지? 집에 돌아와서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를 흉내 내는 걸 보고, 우리 서준이 마음에도 많이 남았구나, 생각했어. 물론 엄마도 푹 빠져서 봤지. 전형적인 공주님과 왕자님이 아니라 좋았고, 번역된 대사가 아니라서 그런지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서 좋았어.


아름다운 장면들 덕분에 눈도 호강했지. 보라색 꽃들이 가득한 꽃밭에서 무수히 많은 꽃잎들이 바람에 날리는 영상을 보며 거듭 감탄했어. 문득 어제 꿈에서 봤던 장면하고 너무 비슷해서 내심 놀라기도 했단다. 길을 잃고 헤매는 꿈이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라벤더 꽃밭의 황홀함에 머리가 쨍하던 순간이 생생해. 영화의 장면과 꿈속의 장면이 번갈아 생각하며, 신기한 일이라고 되뇌었어.




이제 일요일 저녁이 되면 아쉬운 마음이 들어. 주말 육아에 지쳐서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시기는 이제 거의 지나간 온 것 같아. 엄마의 시간도 슬슬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걸까?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천천히 천천히 가야겠다. 우리의 찬란한 오늘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말이야. 정말 즐거운 주말이었어. 서준아.


2019년 뜨거운 여름을 통과하며 아이들에게 매일 쓴 편지를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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