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한여름 감기를 한 달째 앓고 있어. 오늘도 병원에 들러서 출근을 했지.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감기에 걸렸고, 아픈 곳이 많아서 할머니 애간장을 다 녹이곤 했는데 어른이 돼서도 여전해. 게다가 감기에 한번 걸리면 쉽게 낫지 않아서 더 힘드네. 자꾸 아프면 안 되는데.
우리 서율이는 건강한 체질을 타고났어. 비타민이 풍부한 생야채를 잘 먹는 것도 기특해. 그런 서율이와 달리 서준이는 야채도 좋아하지 않는 데다 기관지와 폐가 약해서 엄마가 늘 걱정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여섯 살이 되면서 가벼운 감기는 거뜬히 이겨내고 있어. 너희들만 괜찮으면 엄마도 괜찮아.
서율아, 옛날부터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말이 있거든. 그다지 귀담아듣지 않던 말이었는데, 언젠가부터는 너무 공감이 되더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몸이 가벼우면 긍정적인 생각들이 마음의 에너지를 채우는데, 몸이 무겁고 힘들면 부정적인 생각들이 마음을 탁하게 만들거든. 그렇게 마음에 구름이 끼면 하루 종일 걷어내기 어렵더라.
8월 내내 몸이 아파서일까? 오늘은 마음까지 놓쳐버린 날이었어. 아빠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신경질을 냈어. 몸과 마음은 흐트러지고, 말까지 엉켜버렸지. 집에 오면 틈나는 대로 글을 쓰고, 새벽까지 책을 읽으니 컨디션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건 당연해.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잘 안되네.
오늘은 종일 약 기운에 취하고, 마음은 부서져서 버거운 하루였는데 서율이에게 편지를 쓰다 보니 조금 기운이 난다. 이럴 때면 글 쓰는 일이 주는 치유 효과를 실감해. 마음의 에너지를 채웠으니 이제 몸을 챙겨야겠다. 된장찌개에 밥을 먹고,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야겠어.
내일부터는 30분 일찍 일어나서 아침 스트레칭을 할게. 약속해. 오늘 출근길에 서준이가 엄마를 따라 크게 한숨을 쉬는 것을 보고 '아차!' 했거든. 감기 정도는 보란 듯이 이겨내고 환하게 자주 웃는 엄마가 되어 볼게. 서율아, 오늘도 엄마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