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꺼움 Dec 09. 2019

[오늘, 책]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_이슬아

이렇게 다정한 서평을 읽는다면

우리는 한 생에서도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날 수 있잖아. 좌절이나 고통이 우리에게 믿을 수 없이 새로운 정체성을 주니까. 그러므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었어. 다시 태어나려고, 더 잘 살아보려고, 너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몰라.(20쪽)
-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_이슬아 서평집 | 유진목의 『식물원』을 읽고  


  이슬아 작가를 좋아한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를 생각하면 어쩐지 흐뭇한 엄마 미소가 짓게 된다. 글쓰기를 노동이라고 칭하며, 직접 구독자를 모아 매일 쓴 글을 매일 보내는 성실함으로 이목을 끌었고, 출판계에도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그다. 지난해 『일간 이슬아 수필집』에 이어 헤엄 출판사라는 1인 출판사를 만들었고, 출판사 대표이자 작가로 꾸준히 활동하며 2019년 연말에는 4권의 책을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들고 나타났다. 이런저런 수식어를 차치하고, 무엇보다 그녀가 쓰는 글에서 느껴지는 위로의 힘이 좋다.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하고 깊은 사유가 담기는 글을, 그 과정을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


  가장 먼저 읽어보고 싶은 책은 역시 서평집.『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였다. 서평을 쓰는 일에 대해 매번 고민하게 되는 만큼 그녀가 써낸 서평들이 궁금했다. 시집, 그림책,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에 대한 열일곱 편의 서평이 담겨 있다. 책장을 넘기며 생각했다. 이렇게 다정한 서평을 읽으면 저자의 만면에는 행복한 웃음이 피어나겠지. 책을 향한 진실한 마음과 그 마음을 투명하게 풀어낸 그녀의 필력이 사랑스럽다. 편지 형식으로 쓰인 서평은 더욱더 귀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 『서평 쓰는 법』이라는 책을 읽고, 내가 제대로 된 서평을 쓰는 건가 싶어 멈칫거리고 있었는데, 이슬아 작가의 서평집을 읽고 용기가 생겼다. 어떤 책이든 나만 쓸 수 있는, 내가 담을 수 있는 감상이 있는 법이니까. 너무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주눅 들지 말자(이슬아 작가의 문장을 옮겨두고 확신이 서지 않을 때마다 읽어봐야지). 이슬아 서평집을 읽고 정혜윤 PD의 책을 한 권 샀다. 책이 책으로 이어지는 경험. 좋은 서평이 좋은 서평을 부르는 마법.




나는 박완서 선생님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대답을 읽어. 띄어쓰기는 규칙대로 적용되어 있지만 어떤 말과 어떤 말 사이는 유독 공백이 길게 느껴졌어. 책에는 적히지 않은 침묵과 미세한 표정 변화가 느껴지는 말들이 있어.(32쪽)
 -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_이슬아 서평집 | 『박완서의 말』을 읽고  
그는 누군가가 일요일의 냄새를 알아채는 순간을 쓰기도 했어요. 달콤한 것도 같고 잘 마른 빨래에서 나는 냄새와도 비슷하고 낯익은 침대에서 나는 냄새와도 같은. 밖에서 광풍이 불어도 편안하고 안전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 냄새. 해야 할 일은 잘 쉬고 잘 먹어서 회복되는 것뿐인 일요일. 그런 날엔 우리 마음이 어디로 가는지 차분히 느껴볼 수 있어요. 저는 가끔 정혜윤 피디의 책을 따라 마음의 장기 여행을 가고 싶어지는데요. 이런 문장들 때문이에요.(60쪽)
-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_이슬아 서평집 | 정혜윤의 『인생의 일요일들』을 읽고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책]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_김하나 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