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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꺼움 Dec 03. 2019

[오늘, 책]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_김하나 외

벽돌 한 장을 쌓는 일

이 책은 동물권행동 카라의 일대일 결연 후원 방식을 알리고, 결연 대상 동물들이 지내게 될 카라 더봄센터 건립 및 운영을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작가와 반려동물들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담긴 책으로 라인업이 훌륭하다. 김하나, 이슬아, 김금희, 최은영, 백수린, 백세희, 이석원, 임진아, 김동영.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중 두 명 이상은 좋아하는 작가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멋진 분들의 조합이다. 이 조합의 교집합은 바로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는 것. 동물권을 깊이 생각하는 작가들이라는 것이다.




지난 금요일 책을 샀고, 이 책의 기획 의도를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서 빨리 읽고,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책장을 넘겼다. 작가마다 문체나 글을 풀어가는 방식은 다양했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 담겨서 그런지 어느 하나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글이 없었다.


유치원에 다닐 때 마당에서 키웠던 '깨갱이'에 대한 기억 이외에는 반려동물과 살아본 적이 없고, 심지어 동물을 보면 줄행랑을 치는 어른인 내 마음을 흔든 책이니, 반려동물을 키우는 독자들이 읽는다면 더 많이 공감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지 않을까 싶다.


기르던 강아지 콩돌이의 죽음에 어린 김하나 작가가 흘렸던 눈물에 공감하며 울컥하기도 했고, 최은영 소설가가 고양이를 두려워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내가 가진 '혐오의 본질'을 깨닫고 부끄러웠다. 이석원 작가의 '최소한의 책임감'에 대한 글을 읽으며 한 생명을 곁에 들이고, 생을 마감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을 생각했다.


나는 방에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은 뒤 심호흡을 하며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닐거야, 아닐 거야······" 방에서 나온 나는 짐짓 태연하게 엄마에게 다시 물었다. "콩돌이 병원 갔어요?" 그러자 엄마가 나를 와락 끌어안으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하나야······ 콩돌이가 죽었다······ 콩돌이가 하늘나라 갔다······"
- 김하나 「콩돌이 이야기」(『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문학동네, 2019) 14쪽 중에서


사람의 미래는 조금도 예측할 수 없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더 많이 한다.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나는 길고양이가 무서워서 피해 다니는 사람이었다. 길고양이가 발정기에 내는 울음소리를 들으면 귀를 막고 달렸다. 그런 게 혐오의 본질이 아닐까.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무턱대고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거. 단 한 마리의 고양이와도 알고 지내지 않았으면서,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으면서 막연하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그리면서 쳐다보려 하지도 않았던 것.
- 최은영「우리의 지금이 미래에는 '믿기 어려운 과거'가 되기를」(『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문학동네, 2019) 92쪽 중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이 책임을 질 수 없는 대상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감은 애초부터 그걸 소유하지 않는 것이라고. 때문에 나처럼 동물을 좋아는 하지만 한 생명을 책임지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하는 두 번째 제안은 말 그대로 기르지 말고 돕자는 것이다.
- 이석원「기르지 말자」(『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 문학동네, 2019) 174쪽 중에서




책을 덮으며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곰곰 생각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들어가 유기 동물과 일대일 결연을 하는 일(누락이의 후견인 되었다), 이 책을 잘 소개하고 선물해 줄 사람을 떠올리는 일이 그것이지 않을까, 싶다. 책을 통해 오랜 시간 가졌던 편견을 이해로 바꿀 수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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