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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꺼움 Nov 29. 2019

[오늘, 책]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_송효정 외

화상경험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약속은 잡았는데 시선이 난감했다. 과한 호의도, 연민도, 호기심도 아닌 눈빛은 무엇일까? 상흔 가득한 그를 마주하며 바짝 긴장했다.
- 송효정 외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중에서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이야기하는 책의 서평을 쓰는 일은 겁이 난다. 문장은 자꾸 뒤로 숨고, 겨우 나온 문장도 섣부르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쪽에서는 굉장히 쓰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과 귀한 책을 향한 작은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는 '숱한 고통의 시간을 내어주고 얻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일곱 명의 화상경험자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이들 모두 나름의 평온한 삶에서 불시에 화상을 입고, 각각의 방식으로 지독한 고통의 세월을 견딘다.


화상이라는 막연했던 아픔은 생생한 감각으로 다가오고, 짐작조차 어려운 고통은 괴롭고, 슬픈 잔상을 뇌리에 남긴다. 나 또한 내일의 안녕을 확신할 수 없음을 알기에 실체 없는 두려움에 압도되어 악몽을 꾸기도 했다.


우리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묻는다면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책에는 구술 기록뿐 아니라 사진도 함께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는 일은 화상경험자들의 용기를 살며시 보듬어 더불어 살아가자고 속삭이는 화답과 같다. 외면하지 말고,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조금 들어보자. 인터뷰이 모두 각각의 피해 정도와 상황은 다르지만, 화상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꼬치꼬치 물어보는 사람한테는 정이 잘 안 가요. 스스로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 아픔이나 상처를 배려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 같아요. 그런 사람들한테 내 얘기를 뱉어내면 마음의 치유가 돼요.
- 송효정 외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108쪽 중에서


  저에게는 흉터가 마치 필터 같았어요. '내 모습을 보고도 나한테 오는 사람이라면 진실된 사람이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이잖아요.
- 송효정 외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165쪽 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화상경험자를 화상경험자가 아닌 그 사람 자체로 바라봐 주는 거예요. 화상경험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야만 사람들과 만날 수 있고,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느낄 수 있다고 봐요. 어느 한쪽이 먼저가 아니라 같이 이뤄져야 하는 거죠.
- 송효정 외 『나를 보라, 있는 그대로』316쪽 중에서


화상경험자들을 마주쳤을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한참 동안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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