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처럼 다가온다
늘 헤매는 저에게 각자의 온기와 조각을 보태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으로 하여금 내가 되고, 종종 당신은 나의 글이 됩니다. - 진서하 『돌아오는 새벽은 아무런 답이 아니다』 123쪽 중에서
홀로 방에 앉아 너를 생각할 때에 차오르는 내 슬픔은 비린내를 풍겼다. 바짝 말려 널어두자. 곧 부는 바람에 날려 보내야지. 내가 나를 어르고 달래기를 수 날. 답이 무엇인지 알면서 백지로 남겨두기를 수 번. 의도된 포기만이 거듭되던 날들. 이내 당신의 물가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는 일이 매일.
- 진서하 『돌아오는 새벽은 아무런 답이 아니다』 45쪽 중에서
즐겁지 않은 순간에 즐거운 척하지 않기를, 무례함을 무방비로 맞이한 채 흘려보내지 않기를, 결코 알 수 없는 당신의 과거를 내 멋대로 정의하지 않기를, 도처에 산재한 상처들 중 어느 하나도 가벼이 여기지 않기를, 혹여 그런 나를 마주하더라도 도망가지 않기를, 돌이켜봤을 때 결코 반갑지 않은 순간들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를, 반복되어 결국 내 자신이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수신인 없는 기도가 매일 거듭된다.
밤은 계속된다.
돌아오는 새벽은 아무런 답이 아니다.
- 진서하 『돌아오는 새벽은 아무런 답이 아니다』 104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