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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꺼움 Dec 14. 2019

[오늘,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_김하나X황선우

세상 멋진 언니들의 평범하고, 특별한 이야기

김하나, 황선우 작가가 특수한 행운의 사례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수많은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탄생하길 바란다. 누구나 다채롭고 풍요롭게, 사회적 정서적 안전망 속에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면 공기 중에 행복의 입자가 가득할 것이다.
- 김하나, 황선우『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정세랑 소설가 추천사 中




비혼이 늘어나면서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졌다. 책에는 1인 가구로 살던 두 사람이 한집에 살면서 겪게 되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카피라이터였던 김하나 작가와 오랜 기간 잡지사에서 일했던 황선우 작가의 필력은 깔끔하고, 담백했다. 한 편 한 편의 글에는 각자의 가치관과 태도가 드러나고, 사회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도 포함한다. 이에 더해 유머와 따스함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즐겁게 읽지 않을 도리가 없다.


침대 옆 작은 협탁에 놓아두고 잠들기 전에 주로 읽었다. 세상 멋진 언니들이 들려주는 솔직한 이야기를 읽다 잠들면 힘든 꿈을 꾸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결혼을 통해서 만든 보편적인 가족이 아니라는 점이 특별하게 느껴지다가도 어떤 형태의 가족이든 서로를 이해하고,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됐다.


더욱이 김하나, 황선우 작가는 삶의 방식이 굉장히 달랐기 때문에 갈등을 겪으면서 서로를 포용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꾸린 가족과 삶의 방식도 곱씹을 수 있었다. 결혼을 하고 로망이 하나둘씩 깨지면서, 싸우고 화해하며 맞춰온 년의 시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한편, 두 사람이 가족이 되면서 각각 두 마리씩 키우던 고양이는 네 마리가 되었다. 반려동물을 길러본 적이 없는 내게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낯설지만,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제 나는 세상에 100마리의 고양이가 있다면 100가지의 성격이 존재할 거라 믿는다. 그러니 다 똑같다는 건, 적어도 고양이에 대해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이야기다."(145쪽)


고양이를 그냥 고양이라는 종으로만 이해했던 내게 각각의 고양이가 얼마나 개별적인 존재인지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행동과 성향이 너무 다른, 각각 고유한 존재로 빛나는 고양이들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반려동물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우선은 동물에 대한 두려움 먼저 해소해야 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어떤 형태의 가족을 이루고 있든 읽을 만한 책이다. 다른 형태의 가족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삶을 편견 없이 보게 됨은 물론, 두 작가의 솔직한 매력에 푹 빠져 그녀들과 술 한 잔 마시고 싶어 질 것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가족 분자식은 W₂C₄쯤 되려나. 여자 둘 고양이 넷. 지금의 분자 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12쪽)
누군가와 함께 살면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나와 상대의 다른 점이 더 또렷하게, 자주 콘트라스트를 이루므로, 그 다른 점을 흥미롭게 여기고 나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겠다. 나에 대해 깨닫고 나자 오히려 동거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다.(180쪽)
평생을 약속하며 결혼이라는 단단한 구속으로 서로를 묶는 결정을 내리는 건 물론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생애 주기에서 어떤 시절에 서로를 보살피며 의지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이 아닌가.(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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