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하게 소개하고 싶은 항암 일기
이슬아 : 타인에게 느끼는 연민이나 이타심이 그토록 깨끗할 정도로 확실하게 드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게 놀라워요.
정혜윤 : 연민 아니에요. 이타심도 아니에요.
이슬아 : 그럼 무엇이에요?
정혜윤 : 깨끗이 존경하는 거예요. 저는 연민으로 잘 못 움직여요. 저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존경심이고 감탄이에요. 그들은 슬프기는 하지만 불쌍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저보다 훨씬 괜찮고 위대한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유족들을 불쌍하다고, 안 됐다고 착각해요. 절대 아니에요. 너무 슬프지만, 사람이 저렇게까지 용감할 수 있구나, 저렇게까지 깊을 수 있구나, 하는 존경과 감탄이 저를 움직이는 거예요.
- 이슬아 『깨끗한 존경』(헤엄 출판사, 2019) 44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