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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꺼움 Dec 20. 2019

[오늘, 책] 사기병_윤지회

씩씩하게 소개하고 싶은 항암 일기

  출간을 기다렸고, 출간되자마자 구입한 책이다. 그리고 벌써 3개월이 흘렀다. 생면부지의 작가임에도 그녀의 안녕을 바라고, 또 바라고 있는 나는 책을 멋지게 소개하고 싶었다. 마음에 힘을 잔뜩 주고 있자니, 글은 잘 써지지 않았고, 내내 머뭇거리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씩씩하게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씩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4기, 말기 암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그림책 작가 윤지회의 첫 웹툰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기병이라는 항암 일기를 3~4컷의 만화로 그려서 연재하면서 많은 사람의 지지와 응원을 받는 작가다. 그녀는 아프고, 슬프고, 절망스럽지만 삶을 똑바로 마주하며 살아내고 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이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나는 어떤 시간들을 보내고 어떻게 지내는지,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알려 주고 서로 위로하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런 마음이 겹겹이 담긴 그림과 이야기가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윤지회 작가를 닮은 캐릭터는 봐도 봐도 사랑스럽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출시될 거라고 하는데 꼭 살 테다.) 그녀는  말기 암이라는 병의 무게에 압도되어 울다가도 커피 한 잔에 '야.... 호!' 웃는다. 그렇게 일상과 마음을 꾸준히 기록한다. 마냥 아프게 읽고 싶지 않아서 담담하게 페이지를 넘기다가도 그녀의 아들 건오가 나오면 가슴이 툭 내려앉는다. 엄마라서 이해할 수 있는 슬픔이 거기에 있다. 더 많은 독자가 이 책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가 독자에게, 독자가 작가에게 용기가 되었으면.)


  서평을 쓰기 직전에 나는 이슬아 작가의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헤엄 출판사, 2019)을 읽고 있었고, 이슬아 작가와 정혜윤 PD의 대화를 통해 내가 갖추고 싶은 태도를 알게 됐다. 맞다. 그래서 쓸 수 있었다.


이슬아 : 타인에게 느끼는 연민이나 이타심이 그토록 깨끗할 정도로 확실하게 드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게 놀라워요.

정혜윤 : 연민 아니에요. 이타심도 아니에요.

이슬아 : 그럼 무엇이에요?

정혜윤 : 깨끗이 존경하는 거예요. 저는 연민으로 잘 못 움직여요. 저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존경심이고 감탄이에요. 그들은 슬프기는 하지만 불쌍한 사람들은 아니에요. 저보다 훨씬 괜찮고 위대한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유족들을 불쌍하다고, 안 됐다고 착각해요. 절대 아니에요. 너무 슬프지만, 사람이 저렇게까지 용감할 수 있구나, 저렇게까지 깊을 수 있구나, 하는 존경과 감탄이 저를 움직이는 거예요.

 - 이슬아 『깨끗한 존경』(헤엄 출판사, 2019) 44쪽 중에서    




나는 윤지회 작가를, 그녀를 깨끗이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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