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골든타임

playlist, 답답한 새벽_스웨덴 세탁소

by 기꺼움

오랜만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계란 삶기 골든타임>이라는 포스팅을 읽었다. 7분, 흰자는 딱딱하지만 노른자는 부드럽고 흐물거리는 정도. 8분, 노른자는 끈적끈적 해지고 부드럽지만 액체는 아닌 정도. 10분, 계란이 충분히 삶아지고 노른자는 살짝 부드러운 정도. 12~13분, 계란은 더 단단해지고 완전히 조리된 상태. 시간대별 계란의 모양을 정확한 묘사로 표현한 글이었다.


삶은 계란의 풍미는 시시각각 변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계란을 익히는 골든타임도 다르다. 나는 단단하고, 완전히 조리된 상태의 삶은 계란을 좋아한다. 탄력적인 흰자의 식감과 살짝 퍽퍽해진 노른자의 맛이 좋다. 이런 상태가 되려면 조금 더 시간을 견뎌야 하지만 흔쾌히 기다린다. 나에게 최적의 맛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도 골든타임이 있겠지? 오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스무 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는 직원분 아들의 소식이 화두에 올랐다. 그 집은 자식 걱정을 덜었다며 현명한 선택이라는 의견이 부분이었다. 경기 불황을 뛰어넘어 경기 침체기로 접어드는 시기에 안정적인 직장이 생겼으니 기쁜 일이 맞겠지만, 내 마음 한쪽에서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대학 생활이 주는 자유와 활기를 경험하지 못할 스무 살을 생각하면 괜히 헛헛했다. 어떤 게 정답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계란을 삶는 시간도 모두 제각각인데, 삶의 골든타임은 오죽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나를 돌아본다. 내가 가진 에너지, 가능성, 목표에 따라 최적의 골든타임을 찾아야지. 그 시간을 찾는다면 주변 사람들의 빠르고, 늦음에 연연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지. 물론 나는 짐작한다. 이렇게 단단하고, 야무진 삶을 꿈꾸지만 무수히 많이 흔들리고 실패하겠지.


계란을 삶는 일조차 때때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처럼.



https://www.youtube.com/watch?v=sohFdOgOr_0&list=PLa8akc3Kuq32nwSoCpS_Eo8aNjV9_lUVn&index=2&t=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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