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밥을 빨리 먹는 편이다. 특히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두고 있으면 양이 줄어드는 게 아쉬우면서도 젓가락질을멈추지 않는다. 두세 번 씹으면 음식은 그대로 식도를 타고꿀꺽 넘어간다. 덜 씹힌 음식으로 목이 막혀 딸꾹질이 나기도한다(아주 어려서부터). 입안에서 맛을 음미하는 시간은턱없이 짧고, 어느새 포만감을 느끼며 식사를 마친다. 이런식습관은 성격이 급해서도, 시간에 쫓겨서도 아니다. 그저맛있어서다.
책도 마찬가지다. 나는 대체로 책을 빨리 읽는다. 좋아하는작가의 책을 읽을 때면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책을 어루만지며 다시 책장에꽂아둔다. 이런 방식의 독서를 2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왜이렇게 빨리 읽느냐고 물으면 역시 답은 하나다.재미있어서다.
밥과 책, 서두르지 말아야 할 이유는 많다. 밥을 급히 먹으면체하기 쉽고, 위장에서도 부담을 느낀다. 음식의 깊은 풍미를 느끼기도 힘들다. 게다가 멈추지 않는 딸꾹질은 꽤 귀찮다. 책은 어떤가. 빠르게 읽다 보면 문장을 놓치거나, 오독을 하게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행간의 의미는커녕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머리가 하얘지기도 한다. 여러 단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치기 힘든 습관이라고 생각하며 제쳐두곤 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기 전에 고쳐보자. 쓰는 일을 꾸준히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작가가 한 문장을 쓰기 위한노력이 어렴풋이 짐작되면서, 촘촘하고 밀도 높은 문장에 담긴 열정과 시간이 보인다. 마음을 단정하게 하고, 읽는사람의 예의를 갖춘 뒤, 문장을 이루는 단어의 역할과 행간의의미까지 천천히 곱씹는다. 본래의 습관이 나타나 정독을방해하면, 그때는 낭독을 한다. 끝으로 서평을 쓰며 감상을기록해둔다. 이제 책은 책장에 꽂히고, 마음에도 꽂힌다.
오래 굳어진 습관인 만큼 쉬운 여정은 아니겠지만, 책을 정확하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그나저나 밥은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