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의 끝을 잡고 짧은 서평을

playlist, 이 밤의 끝을 잡고_10cm

by 기꺼움




바야흐로, 책은 가을이라는 제철을 만났다. 독서의 계절 가을의 끝에서 『쓰기의 말들』을 만났다. 출판계에서 글 잘 쓰기로 유명한 은유 작가의 책이다. 그동안 인터뷰 기사, 칼럼, 서평 등을 많이 접하면서 감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쓰는 일에 용기가 없었고, 쓰는 일을 이야기하는 책을 만나는 것 역시 그랬다.




기적같이 쓰는 사람이 되어 책을 읽는다. 사람과 사람도 만나야 할 때가 있듯 책도 그렇다. 나와 『쓰기의 말들』의 만남은 지금이 가장 알맞다.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고 있는 바로 지금. 매일 쓰는 사람의 일상을 지속하는데 힘이 되어 줄 104개의 문장 곁에는 은유 작가의 단상이 담긴 104개의 에세이가 있다. 바람에 흩날리다 손가락 끝에 걸리는 단풍잎처럼 나에게 온다. 한 편 한 편의 글을 마음 사이사이에 간직한다(가을 낙엽을 두꺼운 책 사이에 고이 끼워두듯이).


매일 글을 썼던 그때는 내 생애 최악의 날들이었다. 일상을 망가뜨리는 일들이 자꾸 일어났다. 그 난리통에 어떻게 글을 썼을까 싶지만, 휘청이는 일상을 부여잡을 방도는 글쓰기가 유일했던 것 같다. 글을 매일 쓰지 않을 때는 일상이 정돈되지 않아 불안하다. 돌아가고 싶다. 매일 글을 쓰지만 글에 길들여지지 않던 그때로. 매일 쓰는 글 특유의 맛, 삶을 곱씹어 만든 단맛. 달지 않은 팥이 꽉 찬 단팥빵 같은 글. 그걸 누가 맛있게 먹고 말해 주면 좋겠다. “매일 글 쓰는 사람의 글이네요.”
- 은유 『쓰기의 말들』 69쪽 중에서




자신의 글을 써보고 싶어 망설이는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말없이 조용히 건네고 싶은 책이다. 때론 백 마디 말보다 한 권이 책이 낫다. 그 책이『쓰기의 말들』(유유, 2017)이라면 거의 완벽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VyFYa8MwHXA&list=PLa8akc3Kuq30kDfSZg0pRzVk0TGdjzACw&index=2&t=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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