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사람도 행복한 책방

기꺼운 독서일기 여섯

by 기꺼움


# 1



"여보, 내가 회사 그만두고 책방을 차리고 싶다고 하면 말릴 거야?"


"어, 당연하지."


"왜?"


"그럼 당신은 내가 회사 그만두고 농사짓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데?"


"아, 말려야지"



# 2



그렇다. 책방을 여는 것과 농사를 짓는 것 모두 어려운 일이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배짱이 없고, 집을 마련한 뒤로 갚아야 할 대출금 또한 꽤 많다(즉, 성실하게 회사에 다녀야 한다). 그럼에도 나는 자주 상상한다. 다섯 사람만 들어가도 가득 차게 느껴지는 넓지 않은 공간에 나만의 취향이 듬뿍 담긴 소설책과 시집이 꽂혀있다. 창이 크고 해가 잘 들어와서, 책도 사람도 행복한 책방에는 은은한 꽃향기가 난다. 손님들이 편안하게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게 책방 지기의 한평 남짓 공간은 아이보리색 커튼으로 반쯤 가려둬야지. 낭만적인 상념에 빠져 있으면, 업무 스트레스에서 잠시 벗어나는 기분이 든다.



# 3



동네 책방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하지만, 책방들 저마다 겪고 있는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안다. 송은정 작가의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효형출판, 2018)에는 책방의 시작과 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에 대한 애정만으로 시작할 수 없는 일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문장을 만나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책방 앞 주차 문제에서부터 쓰레기 투기, 배려 없는 손님, 돈 문제까지. 상상 속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현실의 골칫거리가 보란 듯이 등장한다.


막상 공간을 열고 보니 무엇 하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책방은 작업실이 될 수 없었다. 여느 직장이 그렇듯 그저 일터일 뿐이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은 손님을 응대하고, 행사를 기획하고, 입고 처리가 우선인 운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글에 집중할 정신적 여유 따윈 허락되지 않는다. 책방 일에만 오롯이 매달려야 월세를 밀리지 않을 만큼의 수익을 내고 내일도 모레도 무탈하게 책방을 열 수 있었다.(155쪽)
- 송은정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효형출판, 2018)



# 4



저자는 '무탈하게 책방을 열기 위해서는 잠시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되는 상황'에 부딪치며 고민을 거듭한 끝에 책방 문을 닫기로 결심한다. "좋아하는 일은 역시 취미로 남겨둬야겠지?" 작가가 이런 질문에 이르기까지 겪었을 어려움을 짐작한다. 책방 문을 닫는 것이 어떤 '새로운 시작과 닿아' 있다고 믿는 저자를 응원하고 싶다. 세상 어떤 일이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다. 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오죽할까. 책방 지기의 삶을 자주 상상하는 사람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전국 곳곳에 있는 동네 책방에 '빛'이 더 많이 드는 것이다. 올해는 이런 마음을 품고 동네 책방에 자주 찾아야지. 물론 책도 꼭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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