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문장과 마주친 것처럼,
기꺼운 독서일기 일곱
# 1
책을 향한 깊은 애정을 품고 살지만, 같은 책을 한 번 이상 읽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읽은 책을 다시 펼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도 읽고 싶은 책이 늘어가는데 비례해 읽어내는 책의 양이 턱없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책은 끊임없이 쏟아지고, 여전히 읽지 못한 고전들은 넘쳐난다. 무엇보다 책을 사는 일만큼은 누구보다 사치스러운 나는 계속해서 새 책들을 책장으로 불러들인다. 이런 패턴의 독서 생활이 자리 잡을수록 재독을 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 2
또 다른 책을 만날 욕심에 재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의든 타의든 같은 책을 다시 읽을 때 겪는 특별한 경험은 소중하다. 여기서 '특별하다'는 것에는 몇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이 특별함은 때때로 당황스럽고, 틈틈이 기쁘다. 당황스러운 순간은 처음 읽고 이해한 스토리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 때다. 주인공의 미세한 감정선이나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부분을 다 읽어내지 못했음을 깨닫게 되면 짐짓 부끄럽다. 기쁨을 느끼는 순간은 아름다운 문장을 만날 때다. 재독을 하지 않았다면 놓치고 말았을 문장을 만나면 언제나 다행스럽다.
# 3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도 책과 비슷하다. 첫 만남이 많은 것을 말해주긴 하지만 분명 놓치는 부분이 있다. 실제 두 번 이상 마주쳤을 때 상대를 좀 더 선명하게 보게 된다. 소심하다고 판단했던 그의 성격을 다음번에 만남에서는 신중함으로 바꾸게 되거나, 일전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선한 태도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럴 때면 아름다운 문장과 마주친 것처럼 금세 포근해진다. 가끔 이렇게 책과의 관계를 사람과 인연으로 확장시키면 흥미로운 지점을 생각하게 한다.
# 4
오늘은 기다리던 독서모임의 첫날이었다. 매월 같은 소설책을 읽고, 글을 쓰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허블, 2019)을 다시 읽게 됐다. SF 소설로 향하는 반짝이는 진입로가 되어준 책을 두 번째 보면서, 처음 읽었을 때 느끼지 못한 감응을 받고, 발견 못했던 훌륭한 문장을 만나는 중이다. 가령 이런 문장이다. "하늘은 파랗게 맑고, 부드러운 바람은 꽃인지 향수인지 모를 향을 길에 흩뿌리고, 어느새 도착한 이동선에서 내린 귀환자들이 모랫길을 따라 걸어왔지.(13쪽)"
# 5
재독이 주는 특별함을 마음껏 충족한 오늘이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온라인 서점의 장바구니에 들어가기보다는 집에 있는 책장을 산책하는 일이 관심을 기울이게 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