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운 독서일기 여덟
시는 순진하면서도 순진하지 않아서, 자유와 평등을 완전하게 누리고 생명이 모욕받지 않는 풍요로운 세계가 실현된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그 풍요로운 세계가 존재할 수 없다고도 믿지 않는다. 불행의 끝까지 가게 하는, 어떤 불행의 말이라도 그 말을 시 되게 하는, 고양된 감정을 그 세계가 아니라면 어디서 얻어올 것인가. 시는 현실에 내재하는 현실 아닌 것의 알레고리다.(98쪽)
- 황현산 『잘 표현된 불행』(난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