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list, all of my life_박원
싱어송라이터 박원을 좋아한다. 그는 가을과 겨울 어디쯤에서 듣기 좋은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삼복더위에 뜨거운 삼계탕을 먹듯이. 쓸쓸한 가을에 더 쓸쓸한 노래를 들으면 위로가 된다.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하나 더하자면,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최선을 다하고 싶어진다.
2018년 1월 말, 서울로 박원의 공연을 보러 갔다.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고 잠실 올림픽공원으로 갔다. 결혼한 뒤 처음 찾은 공연장이었다. 커다란 올림픽홀을 가득 채우는 노래를 들으며 내내 벅찬 기분이 들었다. 그중 지금도 잊히지 않는 순간을 꼽자면 그가 'all of my life'를 부르는 모습이다. 그저 “노래가 감동이었어.”라고 한다면 그때 느꼈던 감정의 10분의 1도 설명하지 못한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 사력을 다한다는 것은 그런 걸까? 땀에 젖어 온 힘을 다해 부르는 노래는 귀가 아닌 명치끝에 닿는다. 노래가 곧 그고, 그가 곧 노래다.
요즘 내가 이상하다. 노래방에서 혼자 노래 부르기를 즐기던 사람이 어느 순간 무대에 서고 싶고, 그러다 가수를 꿈꾸게 되는 것처럼. 다이어리에 혼자 쓰는 글이 좋았던 내가, 소중한 이에게 편지를 건네는 것으로 충분했던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을 쓰고 싶어진다. 진짜 작가가 되고 싶어진다. 일상 작가라는 타이틀이 나를 변화시킨 건지, 아니면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넣어둔 꿈이었는지 가르마를 타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을 지그시 누른다.
서툰 실력으로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섣부른지 생각하며, 그날 공연장에서 노래를 부르던 박원의 모습을 떠올린다. 단 한 사람의 최선이 수백 명의 사람의 가슴에 닿아 깊은 울림을 주던 순간을 말이다. 최선에 닿기 위해 얼마나 긴 시간을 노래했을지 가늠하면 숙연해지고, 짐짓 부끄럽다. 상념을 내려놓고 오늘도 딱 하루만큼 최선을 다한다. 작은 최선이 십 년 이상 거듭된다면 그때는 진지하게 내 마음을 들여다봐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CbNmRJCkwQs&list=PLa8akc3Kuq30nDc3TGw3EyP07NFeZGYJm&index=2&t=0s